[김정남 독침 피살] 北 격변 가능성에 정부·정치권 긴박한 움직임

입력 2017-02-15 05:0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14일, 말레이시아 푸투라자야 병원 보안요원들이 입구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신원미상의 북한 남성이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청와대와 외교안보라인, 정보 당국 등은 1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보 당국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외교안보 부처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것도 지시했다.

국가정보원 등 정보 당국도 해외 및 남북 파트 요원들을 동원해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섰다. 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김정남 피살 사실이 알려진 뒤 국내 탈북인사 신변보호 강화 수위를 높이기로 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북한의 특별한 동향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외교안보 부처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에서 이상 동향이 감지될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등을 소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 당국은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말레이시아 현지 관계자 등을 통해 구체적인 피살 정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경찰은 24시간 보호 등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탈북인사들에 대한 신변 보호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은 특히 신변 위협이 우려되는 인사들을 위해 경호 인력을 늘리거나 거주 장소를 이동시키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작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입국한 이후 주요 탈북 인사들의 신변보호 수준을 대폭 높였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변보호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조속한 진상 파악과 안보 태세 강화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북한의 기습 도발 등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공개 처형한 것도 모자라 이복형을 독침으로 살해하면서까지 독재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더해 김정은 공포정치의 끝이 어디인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속히 진상파악은 물론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예의주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혹시라도 국민이 안보 불안을 느끼지 않게 정부가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번 일이 남북 정세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정부의 기민하고 차분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철저한 진상 파악을 당부했다.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정부 당국은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신속하게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국제사회에 발표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박지원 대표 등 당 지도부는 14일 밤 국회 당대표실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