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고의 남녀 프로배구팀인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은 나란히 선두에 올라 사상 첫 동반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만년 우승후보였던 양 팀은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외국인 선수와 걸출한 토종 공격수 그리고 안정적인 세터를 앞세워 선전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자부 대한항공은 14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2016-2017 NH농협 V리그 경기에서 3대 2(25-8 17-25 23-25 25-21 15-12)로 이기며 4연승을 달렸다. 승점 61점(21승8패)을 획득한 대한항공은 2위 현대캐피탈(승점 52)에 승점 9점 차로 앞서 있다. 앞선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에 세트 스코어 3대1(25-23, 22-25, 26-24, 25-20)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흥국생명은 승점 52점(18승7패)으로 단독선두를 굳게 지키며 2위 IBK기업은행(승점 48)과의 승점 차를 4점으로 늘렸다.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 19-24로 뒤져 있다가 뒤집는 파란을 일으켰다.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외국인 선수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미차 가스파리니(33·라이트)는 2015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슬로베니아를 준우승으로 이끈 실력파다. 2012-2013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어 V-리그를 잘 알고 있다.
가스파리니는 명품 서브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비슷한 공격성공률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서브다. 서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스파리니는 이날도 3개의 서브를 성공시켜 팀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한항공은 안정적인 서브 리시브와 윙 스파이커들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가스파리니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타비 러브(26·라이트)도 박미희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러브는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폴란드, 아제르바이잔, 독일 등 유럽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다. 196㎝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스파이크는 상대 코트를 초토화시킨다.
두 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토종 공격수다. 대한항공 김학민(34·레프트)은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 같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공격 성공률과 후위공격에서 모두 선두에 올라 있다. 흥국생명의 이재영(21·레프트)은 프로 3년차를 맞아 공격과 수비에서 한층 성숙해진 기량을 뽐내고 있다. 24경기에서 386득점을 올려 국내 선수들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불안했던 리시브가 많이 좋아져 만능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양 팀 세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남자부 연봉킹인 대한항공의 한선수(32)는 2014년 12월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뒤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다년간 쌓은 노하우로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프로 6년차를 맞은 흥국생명의 조송화(24)는 경기를 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 현재 세트당 평균 12.39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1위를 달리는 등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의 유니폼 문제로 경기가 20분 중단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강민웅은 원정경기인데 홈경기 때 입는 빨간색 유니폼을 가져왔다. 이에 동료들과 같은 색인 파란색 계통의 유니폼을 구해왔다. 하지만 동료들과는 달리 지난 시즌에 입었던 민소매였다. 경기는 1세트 대한항공이 14-12로 앞선 상황에서 중단됐다. KOVO 관계자들과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이 사안을 놓고 맞서면서 경기는 약 20분 중단됐다. 결국 규정을 어긴 강민웅은 퇴장당했다. 경기는 14-12에서 14-1로 돌아갔다. 한국전력의 ‘1점’은 강민웅이 투입되기 전의 점수다.
인천=박구인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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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배구’ 짜다, 짜∼
입력 2017-02-15 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