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남 피살, 정부는 상황 관리에 한 치 오차 없어야

입력 2017-02-15 01:18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됐다.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독침으로 살해했다. 15일 새벽까지 우리 정보 당국의 공식 확인은 없지만 곧 발표할 예정이다. 북한 공작원의 김정남 살해는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의 공포정치가 장성택 등 친인척에 이어 이제는 형제도 살해할 만큼 잔인해졌다는 뜻이다. 뒤집어보면 김정은 정권이 매우 취약하다는 정황이기도 하다. 김정남은 그동안 동남아와 유럽 등 해외로 떠돌면서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혈육까지 살해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을 보면 북한 정권이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 상태인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번 살해 사건으로 한반도 안보 불안이 한층 높아졌다. 김정은이 또 어떤 무모한 짓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가는 국내외 정황상 한반도는 안보 취약기에 해당한다. 국내는 대통령 탄핵 절차 진행으로 혼란스럽고, 미국은 막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공 정책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이 엊그제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다. 국무부와 국방부도 “북한 위협을 격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강경책이 김정남까지 살해한 북한 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밀히 분석하고 우리 국익에 맞게 조정할 것은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신경 써야 한다.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시도한다면 제어할 곳은 사실상 중국밖에 없다. 사드 문제와는 별도로 우리가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이 어느 하나 우리에게 편안하게 돌아가는 구석이 없다.

우선 안보 문제 만큼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굳게 뭉쳐야 하겠다. 군은 흔들림 없는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 국내 정치가 다소 여의치 않더라도 본연의 임무 수행에 한치의 오차도 없게끔 해야 하며, 이런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특히 외교안보부처는 가장 높은 긴장감을 갖고 한반도 안보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한·미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대비할 필요가 있다. 외교 당국은 중국에도 북한에 대한 상황관리를 요구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안보는 굳건히 해야 한다. 정부가 그럴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