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장기간 도피생활 끝에 피살된 것은 ‘김정은식 공포 통치’의 잔혹성을 한 번 더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 집권 이후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을 잇따라 숙청하며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해 왔다. 고모부에 이어 자신의 이복형까지 이른바 ‘유일영도체제’에 방해가 되는 인사들은 가차없이 처형하는 잔인함을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은 특히 ‘본보기식’ 숙청을 꾸준히 단행하며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해 왔다. 집권 3년차인 2013년부터는 고위 간부에 대한 숙청을 본격화해 처형 간부 숫자가 해를 거듭하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3명이던 처형 간부 숫자는 2013년 30여명, 2014년 40여명, 2015년 60여명으로 증가해 지금까지 모두 140여명이 처형됐다는 게 국가전략안보연구원 측 설명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정은 집권 5년 실정 백서’에서 “김정은은 3대 세습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한 고위 간부와 주민 340명을 공개 총살하고 숙청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했다”고 설명했다.
처형된 주요 인사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군부 1인자로 부상했던 이영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우선 손꼽힌다. 김정은은 2012년 7월 이 전 참모장이 권력 기반 구축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반혁명분자로 몰아 해임했다. 이 전 참모장에 이어 김정각·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군부 4인방’이 모두 실각하거나 한직으로 물러났다.
이 중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불렸던 장성택 처형이 북한 내외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김정은에 이어 2인자로 군림했던 장성택은 2013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 반혁명적 종파’ 혐의로 끌려나갔다. 이후 나흘 만에 국가전복 음모 등 온갖 혐의가 씌워져 처형됐다. 장성택의 측근들도 줄줄이 숙청됐다. 이용하 전 노동당 제1부부장과 장수길 노동당 부부장도 반당 혐의로 처형됐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로 활동했던 ‘빨치산 혈통’에 대한 숙청도 이어졌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 노동당 민방위 부장이 지난해 5월 7차 당 대회에서 상장(중장)에서 소장(준장)으로 두 계단 강등됐다. 오백룡의 차남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부장도 중앙위원에서 후보 위원으로 밀려났다.
회의 중 졸았다는 이유 등 말도 납득되지 않는 사유로 숙청되는 경우도 많았다. 2015년 4월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은 회의 중 졸았다는 이유로 재판도 거치지 않고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당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현 전 부장을 포함해 인민무력부장만 5차례나 바뀌었다. 김용진 전 내각 부총리는 지난해 7월 회의 중 자세 불량으로 공개 처형됐다. 변인선 전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조영남 전 국가계획위 부위원장도 이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숙청당했다.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남한 드라마를 시청한 사실이 적발돼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김정은 집권 이후 간부들에 대한 숙청을 주도했던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이 해임되기도 했다. 일반 주민들 역시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대상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공개 처형된 주민은 60여명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연평균 처형자 수의 배를 넘겼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정남 독침 피살] 고모부 이어 이복형까지… 1인 독재 강화 ‘피의 숙청’
입력 2017-02-14 21:24 수정 2017-02-15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