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4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재계 1위 삼성그룹 총수와 정면대결을 선택했다. 이 부회장 소환조사를 마무리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질 만큼 특검의 판단은 신속하고 확고했다.
특검은 13일 이 부회장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불러 다음날 새벽 1시까지 15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후 곧바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강수를 뒀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400억원대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고, 보강수사를 통해 추가 범죄 혐의도 찾아낸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사건을 종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부회장을 단죄해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다른 대기업들의 뇌물공여 의혹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최순실(61·구속 기소)씨와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법원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27일간 이 부회장 영장 재청구를 염두에 두고 강도 높은 보강수사를 진행했다.
특검은 ‘청와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삼성이 그 대가로 최씨 일가의 승마 지원 및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을 했다’는 구도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특히 지난달 12일에 이어 2차로 특검에 나온 이 부회장을 상대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I에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하라’는 결론을 내렸다가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한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삼성의 청탁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우회적으로 말 구매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주요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미 한번 구속영장 발부에 실패한 특검으로서는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구속영장이 또 기각된다면 특검 수사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고, 박 대통령 뇌물죄 수사 동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박 특검은 구속영장 재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판단이다. 특검 내에서도 다른 대기업 수사를 미뤄가며 삼성 뇌물죄 수사에 공을 들여왔고, 박 대통령의 주요 혐의와도 연결된 사안인 점을 고려해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구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재조사를 통해 다양한 범죄 혐의가 추가된 만큼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새롭게 제기된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해 온 삼성은 구속영장 기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이날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해 박 대통령 변호인단과 협의를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주 언론의 사전 보도로 대면조사가 무산된 점을 고려해 협의 상황을 함구하고 있다. 특검 1차 수사기간이 2주밖에 남지 않았고 특검과 박 대통령 측이 모두 대면조사 진행에 긍정적인 만큼 이번 주 말이나 늦어도 다음 주 초쯤에는 대면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한차례 쓴맛 본 특검, 이재용과 정면 재대결 초강수
입력 2017-02-14 21:57 수정 2017-02-15 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