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원 “결혼·육아·일…어떻게든 다 되더라” [인터뷰]

입력 2017-02-16 00:01
4년 만에 선보인 영화 ‘그래, 가족’에서 당찬 여기자를 연기한 이요원. 그는 “과거엔 지고지순한 역을 많이 했다. 그땐 대부분의 여주인공이 그랬으니까. 언제부턴가 이렇게 멋있는 캐릭터들이 나오더라”고 말했다.윤성호 기자

바람 불면 날아갈 듯, 툭 치면 무너져 내릴 듯. 배우 이요원(37)의 이미지는 그랬다. 청순가련의 표본.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뭇 여성이 선망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고, 이요원 또한 달라졌다.

15일 개봉한 영화 ‘그래, 가족’에서 이요원은 능력 있는 10년차 기자 수경 역을 맡았다. 남자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매번 특종을 잡아내는 당찬 여성. 수경의 가족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뿔뿔이 흩어져 산다. 사이가 소원한 삼남매(정만식 이요원 이솜) 앞에 생전 처음 보는 막내 동생(정준원)이 나타나면서 좌충우돌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말 현실적인 남매의 이야기잖아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저는 그 부분이 제일 좋더라고요. 가족 얘기니까 어쩔 수 없이 뻔한 요소들이 있긴 해요. 그래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현실성 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새롭게 느껴졌어요.”

실제로 여동생을 한 명 둔 이요원은 이 따뜻한 이야기에 공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자연스럽게 풀어진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했다”며 “능청떠는 오버연기가 쉽지 않았지만 정말 진지하게 찍었다. 너무 창피하니까 빨리 끝내고 싶었다”고 웃었다.

‘그래, 가족’은 이요원이 4년 만에 선보인 스크린 복귀작이다. 전작 ‘전설의 주먹’(2013) 이후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얼굴을 비췄다. 영화 출연이 뜸했던 데 대해 본인도 적잖이 안타까워했다. “아쉽지만 어떡해요. 시나리오 좀 구해주세요(웃음).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환경이거든요. 경쟁률이 장난 아니에요.”

치열한 경쟁상황에도 이요원은 자신의 작품관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선보인 두 편의 드라마 ‘욱씨남정기’(JTBC) ‘불야성’(MBC)에서 모두 할 말은 하고 사는 당찬 여성상을 그려냈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 뚜렷한 목표를 가진 주체적인 여성상을 찾는 편이다.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에 끌린다”고 말했다.

1998년 영화 ‘남자의 향기’로 연기를 시작한 이요원은 올해로 경력 20년차가 됐다. “데뷔년도만 따지면 너무 옛날사람 같죠(웃음).” 결혼이 비교적 일렀다. 한창 스타로 주목받던 2003년 골프선수 겸 사업가 박진우씨와 결혼했다. “뭐 어떤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인생이 계획대로 살아지진 않잖아요.”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이요원은 공식석상에서 결혼 관련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다. 확고한 생각이 있어서다. 그는 “결혼한 여배우에게는 어쩔 수 없이 유부녀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선입견이 덧입혀지는 게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요원은 “특별히 힘든 건 없다. 지금까지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펜을 잡고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AMP)과정을 수료해냈다. “어떻게든 다 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멋쩍은 웃음으로 긴 답변을 대신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아요.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대신 매 작품마다 뭐 하나씩은 얻어야겠죠. 시청률이든 팬이든 혹은 인생이든. 계속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