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플린(58·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실상 경질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24일 만이고, 핵심 측근의 첫 낙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방안 마련 등 트럼프의 국가 안보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플린이 물러나면서 대북 정책 추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플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하는 등 한·미 공조를 다진 파트너였다. 특히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여서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인물이기도 해 우리로선 외교적 손실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플린을 주된 채널로 트럼프 행정부와 외교적 소통을 해온 우리로선 후임자와 처음부터 다시 외교적 신뢰관계를 쌓아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플린은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 문자와 전화로 수차례 접촉하면서 통화한 내용을 숨긴 게 경질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플린은 접촉 때 버락 오바마 당시 행정부의 대러 제재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간인 신분이던 플린이 정부 승인 없이 외교 사안에 관여했다면 ‘로건법(Logan Act)’ 위반에 해당한다.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플린을 불러 사실 여부를 물었으나 플린은 제재를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펜스는 이후 TV 인터뷰 등에서 플린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며 그를 옹호했다.
플린은 아울러 2015년 플린이 러시아 언론사 ‘러시아투데이’ 행사 일환으로 호화여행을 하고 푸틴 옆에서 시간을 보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플린은 사직서에서 “주미 러시아대사와의 통화내용을 부주의하게 펜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충분히 보고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플린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위기에 직면했다. 트럼프는 플린의 사직서를 즉각 수리하며 국정 수습에 나섰지만 안보 혼란은 불가피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좌관 대행으로 조지프 키스 켈로그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플린의 비서실장 역할을 해 온 켈로그는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국방 참모로 활약했고 정권인수위원회가 꾸려진 후 국방 분과에서 일했다. 육군에서 30여년간 복무했고 베트남전에 두 차례 참전했다.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켈로그와 함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로버트 하워드 전 합동참모본부 부의장,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거론된다.
백악관 비서실장과 대변인 교체가 임박했다는 예측도 나왔다. 반(反)이민 행정명령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한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능력 부족이라는 거센 질타에 직면했다. 후임으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물망에 오른다.
트럼프가 숀 스파이서 대변인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얘기도 있다. 스파이서가 지난달 첫 정례 브리핑 때 CNN방송 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부여해 공방을 벌인 것과 최근 브리핑에서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를 옹호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고 공개한 것에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 참사’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엘리트 강성 인사에 대한 우려는 조각 당시부터 쏟아졌다. 장관 15명 중 윌버 로스 상무장관, 앤드루 푸즈더 노동장관 등 6명이 여전히 상원 인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로 트럼프의 대러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여론을 의식해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나 기조를 표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김미나 조성은 기자 swchun@kmib.co.kr
美 플린 사퇴… 北 미사일 와중에 대북공조 차질
입력 2017-02-15 01:07 수정 2017-02-1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