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힘 실리는 선제타격론… 주요 공격 대상만 700여곳

입력 2017-02-15 05:02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순 미국 일각에서 제기됐던 선제타격론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 언급되고 있어서다. 그간 발언들이 민간 전문가들의 필요성 제기였다면 최근 언급들은 행정부 인사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방어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공격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것도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전징후 파악이 어려운 신형 고체연료 추진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함에 따라 선제타격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일 미국이 선제타격을 강행할 경우 북한의 주요 핵·미사일 시설 및 지휘부가 핵심 타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미 민간 정보기관이 재공개한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도 북한의 핵심 시설과 장비에 대한 정밀 타격에 초점을 뒀다. 주요 핵시설로는 5㎿급 원자로 등 핵시설이 들어서 있는 영변 핵단지와 평산 우라늄 광산과 가공시설, 평성 과학연구센터, 풍계리 핵실험장이 주요 타격 대상이 될 것이다. 5∼25개로 알려진 핵탄두 관련 장비도 제거 대상이다. 노동 및 무수단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 개발 중인 KN-14가 후진 배치돼 있는 양강도 영저리 등 주요 미사일 기지도 1차 대상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핵·미사일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김낙겸 전략사령관 등 북한 수뇌부의 집무실, 비밀 아지트도 역시 타격 대상이다. 군 관계자는 14일 “유사시를 대비해 한·미가 주요 공격 대상으로 선정한 곳은 700여곳에 달한다”며 “선제타격이 이뤄진다면 이 중 민감 표적으로 분류된 곳이 먼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타격 명령이 내려지면 주일미군기지에 배치된 스텔스 전투기 F-22, 전폭기 B-2 등이 발진해 주요 시설을 타격하고 이어 평양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 핵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이 타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제타격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선제타격이 성공하려면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가 정확해야 하지만 정확한 정보 획득이 어렵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포함해 농축우라늄 시설 등 숨겨진 시설이 적지 않다”며 선제타격이 성공하기는 힘들 것으로 평가했다. 선제타격이 전면전으로 확대돼 수십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선제타격론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근거이기도 하다. 지난 1994년 검토됐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이 실현되지 않은 것도 100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한국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떨어진다. 한국 내 미국 기업·시민, 군인들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선제타격이 이뤄지기 힘들다.

아산정책연구원 이기범 연구위원은 “선제타격은 국제법적으로 인정된 개념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대방이 공격할 것이라는 분명한 정황이 있어야만 정당화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선제타격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미국 정부가 감당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조성은 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