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졸업유예라는 선택지조차 없을 수도 있다. 다음 주 대학을 졸업하는 김모(26·여)씨도 비용 때문에 졸업유예를 포기했다. 졸업을 미루려면 추가학기를 들어야 하는데 여기에 70만원이나 필요했다. 김씨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졸업유예에 별도 비용이 들지 않았지만 제도가 바뀌었다. 김씨는 “소득분위가 2분위 정도인 집안 사정상 돈을 내면서까지 졸업을 유예하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14일 ‘대학생 졸업유예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에서 2015년 기준 전국 93개 대학의 졸업유예제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졸업유예 시 의무적으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 학교가 57곳(61.3%)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졸업유예 시 돈을 내야 하는 학교도 77곳(82.8%)이나 됐다.
국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10월 대학이 졸업유예자에게 학생 신분 유지를 이유로 수강을 강요하거나 등록금을 받지 못하게 하고 정부가 대학을 평가할 때 졸업유예자 수로 불리한 처분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내놓았다.
대학 측은 재학생으로 분류되는 졸업유예자 수의 증가는 대학 평가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본다. 졸업유예자 수가 늘면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졸업유예생 때문에 행정업무가 늘어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사업무 담당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수업도 안 듣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건 학사제도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졸업유예제가 대학의 돈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신동준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졸업유예로) 돈벌이를 하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행정적으로 필요한 비용만 적용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집안 상황이 어려운 학생도 많은데 졸업유예 비용을 등록금 형태로 부과하는 자체가 큰 문제”라며 “유예한 학생들이 도서관 다니는 비용도 학교 입장에서는 큰 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무작정 졸업유예자를 늘릴 수 없는 학교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학교가 학생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건 어렵긴 하다”며 “졸업유예를 고민하는 학생의 사회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이 뭔지 대학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임주언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졸업유예도 빈부격차] 저소득층에겐 졸업유예도 ‘좁은 문’
입력 2017-02-14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