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탄핵열차 불복 후폭풍 어쩌나

입력 2017-02-15 05:02

정치권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에 대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촛불과 태극기로 갈린 민심이 헌재 선고 이후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탄핵 인용이나 기각 중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이를 대선용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른정당 한 중진 의원은 14일 “자칫 우리나라는 장기 불황에다 정치 혼란까지 겹친 남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헌재 결정 이후를 대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에선 “집권여당 지도부가 헌재 선고 이후의 정국 안정에 더 신경써야 한다” “탄핵 인용에 대비해 줄줄이 출마 선언을 하는데 부채질이나 하고 있어선 안 된다” 등의 말이 나왔다.

여야 지도부도 헌재 결정 이후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조속히 자리를 함께해 헌재 결정에 대한 분명한 승복 선언을 해주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13일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기로 구두 합의한 바 있다.

문제는 헌재 결정 이후의 대선 국면에서도 이러한 공감대가 지속될 수 있느냐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이전에도 촛불집회는 정치권이 이끈 게 아니었고 정치권은 우왕좌왕만 했다”며 “더 이상 정치인들이 국민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게 촛불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여야의 정치력에만 의존해선 탄핵심판 이후의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헌재 결정 이후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여야 4당 협의체’ 구성도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떨어진다. 여권 관계자는 “헌재 선고 이후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특검 연장 문제 등으로 대립하고 있는 여야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히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도 정치권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움츠러들었던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은 태극기집회 선봉에 나서기까지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태극기집회에 나가는 것이 헌재 판결을 공정하게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범여권에선 탄핵심판 이후 보수층 결집을 노리거나 대선판 자체가 요동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차기 대선이나 특정 정파를 겨냥한 일부 정치적 구호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결정을 과도하게 정치적으로만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파국으로 가지 않게끔 조정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경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야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져 갈등을 부추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이종선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