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핵심 생생하게 포착한 239점 삽화 ‘입체적’

입력 2017-02-16 00:05

단테의 ‘신곡’, 밀턴의 ‘실낙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라퐁텐의 ‘우화집’, 발자크의 ‘기이한 이야기들’, 에드가 앨런 포의 ‘더 레이븐’….

프랑스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1832∼1883)는 이 책들을 포함해 200권 이상에 삽화를 그렸고, 1만 점이 넘는 판화를 제작했다. 역동적인 구도로 인물을 생기 있게 담아내는 19세기 중반 최고의 삽화가였다.

‘도레의 판화와 함께 보는 성경’에는 그의 판화 239점이 실려 있다. 성경의 핵심 장면을 세밀하면서도 극적으로 묘사한다. 구약의 ‘빛의 창조’와 ‘이집트 탈출’, 신약의 ‘병자들을 고치는 예수’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등을 묘사한 판화에 관련된 성경 이야기가 소개된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저자는 성경 이야기를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전한다. 저자는 성경을 서양 고전으로 접근한다. ‘미술작품을 곁들인 에피소드 서양문화사’의 후속편으로 이 책을 썼기 때문이다.

연대기 순으로 정리돼 성경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편집이 시원시원하다. 대개 판화 1쪽과 이야기 1쪽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도레의 그림에 관련된 성경 이야기를 덧붙였다”며 “성경을 통독하고 싶지만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성경 입문서”라고 말한다.

성경의 방대함에 통독을 포기했던 사람이 이 책을 본 뒤 다시 성경을 읽는다면 한결 쉽게 그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성경을 읽은 경우라면 도레의 판화를 통해 성경 장면을 더욱 입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다만 지명과 인명 등 고유명사 표기가 가톨릭교회의 기준을 따르고 있어서 기독교 신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