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위 “킬체인 무력화”- 韓국방 “문제 없다”

입력 2017-02-14 18:11 수정 2017-02-14 21:51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 장관은 북한의 고체연료 사용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방어체계 우려 지적에 “킬 체인(kill chain)이 무력화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12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 각도가 수직에 가까운 89도이며, 사거리가 200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14일 보고했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아직 정확하게 분석된 것은 아니지만 국정원이 북한 미사일의 발사 각도가 직각과 가까운 89도였는데, 고각(高角)으로 안 쏘고 통상각도(45도)대로 쏘면 2000㎞ 이상 간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예전에는 북한이 주입하는데 1∼3시간 걸리는 액체연료를 써서 인공위성을 통해 이를 포착하고 선제타격이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건전지처럼 5∼10분 안에 장착할 수 있는 고체연료를 썼기 때문에 선제타격이 불가능해 국방부의 ‘킬 체인’(Kill-Chain)으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핵폭탄 소형화 등만 갖추면 북한은 완전한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신형 미사일과 관련, “북극성 2형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1호에서 진화한 지상용 미사일로 정의할 수 있다. 새로운 무기로 분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료가 액체에서 고체로 변했다고 해서 킬 체인이 무력화됐다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북한 미사일 비행 속도는 마하 10(시속 1만2240㎞)으로 측정됐다. 또 북한 미사일을 최초로 포착한 것은 우리 군의 류성룡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북한 미사일 비행 속도를 마하 8.5로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가 나중에 마하 10으로 수정했다. 국정원은 “정보위에 보고한 내용은 초도분석 결과였으며, 정보자산을 종합 분석한 결과 비행 속도는 마하 10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마하 14(시속 1만7136㎞)까지 (방어)하는 것은 사드(THAAD)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한·미·일 대북 군사 공조는 본격화되고 있다. 한·미는 3월에 사상 최대 규모의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다음달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F-22 스텔스 전투기, B-1B 전략폭격기, B-52 장거리 핵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대규모 출동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역대 최고 수준급 키리졸브, 독수리 연습으로 한·미동맹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미국 측과 전략자산 전개 규모 및 공개 확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 장관은 한·미 간 선제타격 논의는 부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분명히 큰 문제(a big, big problem)”라며 “북한을 아주 강력하게(very strongly)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논란 속에 체결됐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전격 가동됐다. 한 장관은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기능이 작용했느냐’는 질문에 “전화상으로 (일본 측과) 협의했고, 필요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윤해 최승욱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