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앤하이드’와 ‘쓰릴미’. 두 작품은 원작이 만들어진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높다. 나아가 한국 뮤지컬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지킬앤하이드는 1886년 출간된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을 원작으로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작품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만 4년간 1543회 공연됐다. 브로드웨이에선 적어도 10년은 관객을 끌어 모아야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중박’ 정도의 흥행이었다. 2013년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경우 프리뷰 15회, 본공연 29회로 '쪽박'을 찼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킬앤하이드는 달랐다. 2004년 초연 당시 뮤지컬 스타 조승우를 앞세워 대성공을 거둔 후 재공연을 거듭해 왔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시작된 한국 뮤지컬의 인기는 지킬앤하이드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이 작품은 수많은 여성 관객을 뮤지컬 마니아로 만드는 관문 역할을 했다. 일반 대중에게는 흡인력 강한 스토리와 서정적인 음악이라는 ‘뮤지컬의 전형’을 각인시켰다.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미국의 워크 라이트 프로덕션과 함께 만든 이번 월드투어 공연은 한국 버전에 외국 배우가 출연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대구를 시작으로 8개 도시를 거쳐 오는 3월 8일 서울에 입성한다. 5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쓰릴미는 한국에서 지킬앤하이드보다 더 드라마틱한 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은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아동 유괴 살인사건을 소재로 두 남자의 관계와 심리를 담았다. 2009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5월 중순 개막해 3개월간 공연됐다. 당시 현지 언론의 리뷰는 호의적이었지만 흥행 면에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에 비해 한국판 쓰릴미는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를 만들었다. ‘회전문 관객’으로 불리는 뮤지컬 마니아가 바로 이 작품에서 시작됐다. 당시 로맨틱 코미디가 주를 이루던 소극장 뮤지컬의 전형을 깨뜨린 쓰릴미는 남남 콤비, 브로맨스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전형을 유행시켰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성공 덕분에 일본 중국에서도 공연될 수 있었다.
10주년을 맞아 14일 개막한 쓰릴미는 초연 멤버 최재웅 김무열 강필석 이율을 필두로 김재범 에녹 정상윤 송원근 정동화 이창용 정욱진 등이 출연한다. 티켓을 오픈할 때마다 마니아들 사이에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벌어지고 있다. 5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한국 관객이 너무나 사랑하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쓰릴미’
입력 2017-02-1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