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도우미 학생’ 특수교사 임용시험 나란히 합격

입력 2017-02-14 20:55
특수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대구대 특수교육과 이태영(청각장애·왼쪽)·김미진씨. 대구대 제공

“캠퍼스 커플처럼 늘 붙어다녔는데 합격까지 함께 하니 기쁨이 두 배네요.”

대구대 특수교육과에서 4년 동안 단짝으로 지낸 청각장애(2급) 이태영(22·여)씨와 도우미 김미진(22·여)씨가 최근 발표된 특수교사 임용시험에 나란히 합격했다.

학과 동기이자 동갑내기인 이들은 신입생 엠티(MT) 때 처음 만나 학내 청각장애인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급속히 친해졌다.

김씨가 수화를 배우면서 이씨와의 의사소통이 수월해졌고 밝은 성격도 비슷했다. 2학년 때부터는 기숙사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수업을 함께 들으며 공부할 때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수화통역사 자격증이 있는 김씨는 이씨에게 그날 배운 내용을 설명해줬고 김씨는 이씨에게 설명을 하면서 복습하는 효과를 봤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학업하는 데도 서로 큰 힘이 됐다. 김씨는 “수화통역사 자격증 딸 때 태영이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험 전날 서울에 있는 태영이 부모님 집에서 신세를 지면서 ‘특별훈련’까지 했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이들은 2013년 아시아·태평양 농아청년대회에서 함께 스태프로 활동했고 대구대 장애학생 창업 동아리 멤버로 함께 활동하며 2014년 대경강원권 창업경진대회에서 금상(2위)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2014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500m 육상에서 동메달을 땄고 같은 해 지방장애인기능경기 ‘전자출판’ 부문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학업 외에 운동과 기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7일 졸업을 앞둔 이씨는 경기도에서, 한 학기 먼저 졸업한 김씨는 경남에서 특수교사로 새 출발을 한다.

김씨는 “우리는 장애 학생과 도우미 학생 관계라기보다 소울 메이트(Soul Mate)”라며 “합격의 기쁨보다 헤어진다는 아쉬움이 더 크지만 태영이가 당당하고 멋진 특수교사가 되길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