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근(61)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첨예한 논쟁을 예고하는 책을 출간했다. 제목은 ‘가 보지 않은 길’(사진). 현대자동차라는 프리즘으로 한국 산업현장의 문제점을 들여다본 저작이다. 특히 현대차 노동조합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한 내용들이 담겨 눈길을 끈다. 그는 왜 이런 책을 내놓은 것일까.
송 교수는 14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처럼 산업현장 내부 구성원의 열정과 헌신이 무너진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극심한 불황만이 구조조정을 가능케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를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 보지 않은 길’은 송 교수 스스로 “기자들이 쓸 만한 책”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현대차 울산공장에 내려가 직접 취재한 내용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말단 생산직부터 고위 임원까지, 연구원부터 하도급업체 남편을 둔 주부까지 50명 넘는 현대차 관계자를 인터뷰해 완성한 저작이다.
현대차를 연구의 ‘모델’로 삼은 건 상징성 때문이다.
송 교수는 책에서 ‘현대차그룹의 성장 과정은 한국 제조업의 역사’라고 규정했고, ‘현대차 연구는 한국 연구’라고 밝혔다. 산업도시 울산을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짚은 대목도 눈길을 끈다. ‘울산의 성공은 ‘가난의 연대’를 ‘경쟁의 분절(分節)’로 바꿔놓았다. 한마음이었던 회사와 사원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사원도 ‘직원’과 ‘직공’으로 갈렸다. … 울산이 겪은 사회적 갈등의 진화 양상은 바로 한국사회가 고스란히 걸어온 길이다.’
간담회에서 이어진 발언은 상당 부분 현대차 노조를 향한 비판이었다. 현대차 경영진을 상대로 “대화의 능력을 잃었다”고 꼬집긴 했지만 그의 칼날은 시종일관 노조를 겨냥했다.
송 교수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 건 좋지만, 그만큼의 사회의식을 가졌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의 관심사는 고용 안정, 노동 최소화, 보상 극대화밖에 없다” “노조가 현장을 완전히 장악해 경영진은 작업장에서 완전히 쫓겨났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현대차 내부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은 드물 겁니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지금 노조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기업 시민’이 돼야 합니다.”
책에서 송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유전자를 ‘망(望)’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한국인은 성취욕에 기반을 둔 열망이 엄청나고, 이러한 열망이 경제발전의 끌차가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노동자들이 중산층이 되면서 열망이 더 이상 재생산되지 않고 있다”며 “열망을 어떻게 재생산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현대차에는 이사 대우를 받는 ‘기능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어요. 생산직에도 승진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송호근 교수 “현대차 노조는 현장 장악… 경영진은 대화 능력 상실”
입력 2017-02-14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