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EBS… 5년간 교재 1500여만부 폐기

입력 2017-02-14 18:14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학습용 교재를 너무 많이 찍어내 5년간 1500여만부를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 수 감소, 정책 변화 등으로 인한 수요 파악을 소홀히 했고 재고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EBS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EBS는 2015년 5월 A교재를 발간해 2만부를 각 도매서점에 공급했다. 이 중 4628부만 판매됐고, 나머지 1만5372부는 버려졌다. B교재는 2014년 5778부를 공급했으나 1837부만 팔려 나머지는 폐기됐다. 하지만 EBS는 이듬해인 2015년 같은 교재 6000부를 새로 제작해 또다시 4328부를 버렸다.

판매량 감소가 예상됨에도 당초 계획대로 교재를 만든 경우도 있었다. 교육부는 2015년 1월 C교재 등 3종을 수능 연계 교재에서 제외했다. 때문에 수요가 감소할 것이 분명했지만, EBS는 같은 해 4월 39만8000부를 단번에 찍어냈다. 결국 18만2000부만 팔렸고, 나머지 12만6000부는 재고가 됐다.

감사원 집계 결과, EBS의 2012∼2015년 교재 반품률은 10.3∼12.3%였으며 이 기간 반품된 교재는 939만부에 달했다. 또 2012∼2016년 사이 학습용 교재의 폐기율은 11.5∼15.0%에 달했고 이 기간 폐기한 교재는 1457만부나 됐다. 감사원은 폐기율을 10% 수준으로만 유지해도 61억7489만여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재고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EBS는 다른 서점에 재고가 남아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매번 교재를 새로 찍어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2∼2015년 EBS는 각 도매서점으로부터 교재 추가 공급 요청을 받고 매년 217만∼528만부를 새로 만들어 공급했다. 다른 도매서점의 재고를 확인해 이전한 부수는 9만∼21만부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소비자 반응과 학생 수 감소, 정책 변화 등을 감안해 학습용 교재를 제작·판매하는 한편 노후화된 재고관리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도매서점 간 교재 이전을 원활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EBS 사장에게 통보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