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전지훈련 전매특허는 ‘지옥훈련’이다. 이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지옥훈련은 여전했다. 14일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연습경기 후에도 선수들은 오후 5시에 고친다구장으로 와 오후 9시까지 훈련에 몰두했다. 김성근 감독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며 스윙을 체크했다. 전날은 야구장 야간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오후 7시까지 훈련을 가졌다. 선수들은 “오늘은 야간훈련이 없는가 보다”며 크게 기뻐했다. 보통 다른 구단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훈련한다. 연습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휴식을 가진다. 하지만 한화 선수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2시간씩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짬을 내 송광민을 만났다. 송광민은 이용규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한화 임시 주장을 맡았다. 소감을 물어보자 “이용규가 돌아올 때까지 잘 하겠다. 선수들이 힘들고 지칠 때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웃자’고 다독이고 있다”고 답했다.
한화는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달랐다. 우승후보가 아니라는 평가에 매스컴의 관심이 떨어졌다. 실제 지난해만해도 한화 스프링캠프에는 하루에 30명 이상의 기자가 몰렸다. 그런데 이날 고친다구장을 찾아온 기자는 단 두 명뿐. 송광민은 “관심을 안받으니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상하게 오기가 생긴다고 했다. 하위권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싫다는 것이었다. 송광민은 “우승후보로 꼽혔던 지난해와 올해 선수 구성이 똑같다”며 “투수들이 재활에 성공해서 돌아온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타자 중에서 이동훈과 박상언이 눈에 띈다”며 “이들이 경기에 투입되면 훨씬 팀 스피드가 좋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송광민은 “지난해 우승후보라고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제 목표를 우승이라고 하지 않겠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송광민은 지난 시즌 한화의 클린업트리오에 포함돼 맹타를 휘둘렀다. 타율 0.325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잘 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현재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단다. 송광민은 “현재 공의 회전수를 더 늘리는 타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몸 상태도 좋다고 했다. 송광민은 2년 전 팔꿈치 부상을 당해 그 해를 통째로 쉬었다. 지난해에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4월 말에야 1군에 복귀했다. 송광민은 “올해는 차근차근 준비를 잘 하고 있다”며 “아픈데도 없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 팀이 삐걱거려 힘들었다. 이제 개막전부터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오키나와에서 선수들을 잘 이끌어 팀을 가을야구에 진출 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여기는 오키나와] 독수리 지옥훈련은 올해도 계속된다
입력 2017-02-1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