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정세 요동치는데 주자들은 구경만 할 건가

입력 2017-02-14 17: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가장 직접적이고 강한 대북 경고 메시지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북한 위협을 격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보조를 맞췄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조기에 강경 쪽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류에는 북한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실제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 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북한이 곧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북한 탄도미사일은 은밀성이 뛰어난 데다 최대 속도가 마하 8.5(음속의 8.5배)에 달해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보유한 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찬 도중 미사일을 발사해 심기를 건드린 점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을 모색할 시간 여유를 북한이 걷어차 버린 셈이다.

스티븐 밀러 미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이 “곧 다른 신호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고 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총론은 물론 각론까지 강경책으로 무장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대목이다. 군사적 측면에선 선제타격 대신 심리적 압박을 극대화하는 쪽을 택할 공산이 높다. 한·미 양국이 3월 연합훈련에 미국의 전략무기를 대거 투입하기로 한 것은 이를 시사한다. 김정은 정권이 끊임없이 두려움과 피로감을 느끼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한 외교적 압박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을 지렛대로 한 우회 압박이다. 북한도 이에 맞서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해 ICBM 발사나 핵실험을 전격 시도할 수 있다. 미국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에 맞서 중국의 군사 움직임도 예상된다. 자칫 한반도가 북·미·중 3국의 군사 대결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말 그대로 한반도 비상상황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국가 리더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지만 정부의 발 빠른 외교와 군의 치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미·일 3국 공조를 기본으로 중국 설득 작업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로 효용성 문제가 제기된 ‘킬 체인’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전 탐지가 쉽지 않은 만큼 사드 배치를 통한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상황이 엄중한데도 대선 주자들은 표를 잃을까 립서비스 수준의 논평만 내고 몸을 사리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효율적인 공약을 내놓는 주자는 없다. 유권자는 안보 문제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정확한 입장을 알 권리가 있다. 안보마저 표로 접근한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