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GBC 설명회, 봉은사측 반대로 무산

입력 2017-02-14 21:42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1동주민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신사옥 GBC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에서 봉은사 승려와 신도들이 단상 앞으로 나와 설명회를 막아선 채 주민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강남구 제공

현대자동차 신사옥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건축 관련 주민설명회가 봉은사 측의 방해로 무산됐다. 우리나라 대표 사찰 중 하나인 봉은사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GBC 건축을 반대하고 나서 향후 GBC 사업 추진에 쟁점이 될 전망이다.

1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주최로 삼성1동주민센터 7층 대강당에서 시작된 GBC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는 시작부터 봉은사 승려와 신도들에게 가로막혔다. 30여명의 봉은사 신도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연단 앞으로 나와 주민설명회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대차가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결과 봉은사에 대한 일조권 침해가 없다고 하는데 봉은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일조권 침해가 분명하며 문화재 훼손이 우려된다”면서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형식적으로 하는 주민설명회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GBC 부지는 본래 봉은사 소유로 1970년에 공공사업에 쓴다고 해서 2만4000여평을 국가에 넘긴 것”이라며 “한전 부지로 쓰던 이 부지를 재벌기업에게 넘기는 건 당시 정부와 체결한 계약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설명회에 참석한 50여명의 주민들 중 일부는 “설명회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 “봉은사가 뭔데 주민들의 권리를 막느냐”고 항의하면서 양측간 설전이 50여분간 이어졌다.

강남구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10시50분쯤 설명회를 시작하려 했지만 봉은사 측이 발표를 가로막으며 항의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봉은사 신도들과 강남구 공무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강남구는 주민 안전을 이유로 11시10분쯤 설명회를 중단했다.

앞서 지난 2일 현대차가 강남구에 제출한 GBC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인근 일부 건물에는 일조 침해나 눈부심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봉은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 GBC와 봉은사로를 마주보고 있는 봉은사와 조계종은 105층 GBC 건물에 의해 사찰 전역이 오전 내내 그림자에 가리게 되고 이로 인해 목재로 지어진 봉은사 건물과 내부의 문화재들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남구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주민설명회는 무산됐지만 주민들 의견을 받아서 서울시에 제출할 것”이라며 “봉은사 측 의견도 받아서 시에 제출하고, 추후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들과 봉은사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GBC는 서울시의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와 건축 심의·허가를 받아야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이날 제공된 주민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GBC 건축비는 17조3130억원이며 2021년 완공 예정이다. 지상 105층 업무시설과 공연장(9층), 전시·컨벤션시설(6층), 전시시설(4층), 숙박·업무시설(35층) 등 5개 건물로 구성된다. 높이는 기존 553m에서 16m 높인 569m로 수정됐다. 이대로 건축허가를 받으면 제2롯데월드보다 14m 높은 국내 최고층 빌딩이 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