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배구’ 짜다, 짜∼ 사상 처음 동반 우승 도전장

입력 2017-02-14 18:22
대한항공의 레프트 김학민이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2016-2017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작은 사진은 세터 한선수와 라이트 미차 가스파리니. 뉴시스, 대한항공 홈페이지
흥국생명의 레프트 이재영이 지난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여자부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세터 조송화와 라이트 타비 러브. 뉴시스, 흥국생명 홈페이지
인천 연고의 남녀 프로배구팀인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은 나란히 선두에 올라 사상 첫 동반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만년 우승후보였던 양 팀은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외국인 선수와 걸출한 토종 공격수 그리고 안정적인 세터를 앞세워 선전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3일 현재 남자부 대한항공은 승점 59점(20승8패)을 기록, 2위 현대캐피탈(승점 52)에 승점 7점 차로 앞서 있다. 여자부 흥국생명은 승점 49점(17승7패)을 쌓아 2위 IBK기업은행(승점 48)과 2강을 형성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외국인 선수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미차 가스파리니(33·라이트)는 2015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슬로베니아를 준우승으로 이끈 실력파다. 2012-2013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어 V-리그를 잘 알고 있다.

가스파리니는 명품 서브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비슷한 공격성공률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서브다. 가스파리니는 세트당 평균 0.56개의 서브를 성공시켜 1위에 올라 있다. 한 차원 높은 서브를 구사하고 있는 가스파리니는 “서브는 라인 밖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이라며 “서브 득점을 하면 팀 분위기가 살아난다. 현대캐피탈 시절엔 강하게 때리기만 했는데, 이젠 기술적인 서브를 넣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안정적인 서브 리시브와 윙 스파이커들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가스파리니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타비 러브(26·라이트)도 박미희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러브는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폴란드, 아제르바이잔, 독일 등 유럽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다. 196㎝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스파이크는 상대 코트를 초토화시킨다. 러브는 득점과 오픈공격, 후위공격에서 각각 3, 4, 5위에 올라 있다. 러브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감독은 “무슨 얘기를 하면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좋다. 뭔가 안 됐을 땐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며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며 칭찬했다.

두 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토종 공격수다. 대한항공 김학민(34·레프트)은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시즌 공격 성공률 54.81%를 기록했던 김학민은 이번 시즌엔 57.09%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후위공격 성공률도 59.74%로 선두다. 자기 관리에 철저해 체력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흥국생명의 이재영(21·레프트)은 프로 3년차를 맞아 공격과 수비에서 한층 성숙해진 기량을 뽐내고 있다. 24경기에서 386득점을 올려 국내 선수들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외로운 에이스로 혼자 팀 공격을 책임졌던 이재영은 이번 시즌엔 러브와 공격 부담을 나눠 가지며 파괴력이 더 강해졌다. 특히 불안했던 리시브가 많이 좋아져 만능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양 팀 세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남자부 연봉킹인 대한항공의 한선수(32)는 2014년 12월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뒤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다년간 쌓은 노하우로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프로 6년차를 맞은 흥국생명의 조송화(24)는 경기를 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 현재 세트당 평균 12.33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1위를 달리는 등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베테랑 세터 이효희(36·도로공사)와 김사니(35·IBK기업은행)에게 밀리는 등 세트 부문에서 3인자였으나 실력을 갈고 닦아 올 시즌 어엿한 1인자로 발돋움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