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교회에서 맞은 첫 추수감사절 때의 일입니다. 감사절 한 주일 전 교인들에게 정성을 담은 선물을 일인당 한 개씩 준비해 오라고 부탁했습니다. 선물의 값을 제한했습니다. 주고받는 데 부담이 없도록 5000원 이하로 하자고 했습니다. 성도들 사이에는 서로 선물을 교환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뻔한’ 추측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반전 없는 미션은 감흥이 떨어지는 법. 감사주일 설교의 제목은 ‘명령입니까’였습니다. 설교의 결론은 이것이었습니다. “오늘 가져온 선물을 가지고 밖에 나가 누구에게든 주고 오세요.” 단 미션은 10분 안에 수행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우르르’ ‘후다닥’ ‘우왕좌왕’ ‘머쓱’ ‘애절’…. 여러 가지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선물 전달의 수칙은 이랬습니다. “첫째 오늘이 감사의 날임을 밝히는 것 외에는 기독교 용어를 사용하지 마세요. 둘째 상대에게 일상의 작은 감사를 고백하고 축복하는 마음을 전하십시오. 셋째 혹시 거절당하더라도 축복이 선물을 내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걸 믿고 절대 상처받지 마세요.”
10분 후 성도들이 예배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쌀쌀한 날씨와 가쁜 호흡으로 모두의 얼굴이 상기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굴엔 하나같이 환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그리곤 미션을 수행한 사연을 나눴습니다.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유리창을 닦고 있는 정육점 주인 아줌마에게 핸드크림을 선물한 분 이야기입니다. “오늘이 감사의 날이라서요. 추운데 손에 바르세요”라고 했고 아주머니는 “에구구, 이런 고마울 때가…”라며 받으셨다고 합니다. 노상에서 과일장사하는 아저씨에게 털 귀마개를 선물한 분도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졌어요. 꼭 끼고 장사하세요”라고 하자 아저씨는 “아! 정말 고마워요”라고 했답니다. 잠깐 쉬고 있는 택시기사님께 손수건과 수면 덧신을 선물한 분도 있었습니다. “아이고! 내가 이런 거 받을 자격이 되나 모르겠네. 이렇게 고마울 때가…”라고 하셨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티셔츠를 선물한 성도도 있었습니다. 그 직원은 “이거 사장님께 전달해야 하는 거죠”라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성도가 “아뇨, 본인이 가지세요”라고 했다네요. 안경집에 들어가 선물을 드리자 “드린 것도 없이 선물을… 정말 감사합니다. 안경 닦아 드릴게요”라고 하셨답니다.
그밖에도 나무로 만든 컵, 발가락 양말, 초콜릿, 목도리, 떡, 책 등등 미션수행의 감동 스토리가 이어졌습니다. 성도들은 5000원 이하의 선물로 제한했기에 더욱 고민하고 준비해야만 했다는 볼멘 성토(?)를 했지만, 환산할 수 없는 기쁨을 돌려받았다고 앞을 다퉈 고백했습니다. 얼마 만에 듣고 보는 교회를 향한 ‘따뜻한 인사와 시선’이던지.
선물을 받은 이도, 전한 이도 뜻밖에 경험한 사건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추수감사절, ‘나눔’의 명령이 전해 준 잊지 못할 감사의 선물이었습니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누어 주기를 잊지 말라 하나님은 이같은 제사를 기뻐하시느니라.”(히 13:16)
주희현 목사 <서울 아트교회>
약력=△성결대, 이화여대 신학대학원 졸업 △문화예술 공유공간 아트스페이스노 대표 △국민일보 마이트웰브 운영이사회 사무국장
[나의 목회 이야기]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감사
입력 2017-02-1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