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자존감 테스트

입력 2017-02-14 17:47

그가 자존감 테스트를 해봤는데 23점이 나왔다며 좀 낮은 것 같다고 했다. 평균은 25점인데, 35점 이하는 자존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휴대폰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건강한 자존심 지수가 65점 이상이라기에 나는 가볍게 그 테스트를 시작했다. 문항은 모두 50개였고 ‘아니다’부터 ‘그렇다’까지 네 단계의 답변을 선택할 수 있었다. 글쓰기란 자존감의 근력운동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하며, 자존감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역설하며 테스트에 몰입했는데, 내 결과는 9점이었다.

9점이라니, 참으로 당황스러운 결과였다. 주변에 이 테스트를 해보라고 권한 건 나 나름의 통계를 내보기 위함이었는데(이 테스트에 대한 의심과 함께) 35점, 19점, 27점, 21점, 그리고 40점도 있었다. 아아 자존감이 뭐지, 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13점이 나왔는데,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다시 했더니 27점이 나온 거야.”

테스트의 문항이 많고, 게다가 비문도 있고, 자존감보다도 집중력 저하를 느꼈기 때문에 오기로 다시 해봤다는 거였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자신도 노력해서 40점을 받았다며, ‘약간 그렇다’와 같은 애매한 표현을 배제한 채 분명하게 대답하라고 했다. 그건 아까 27점을 맞은 친구의 요령과 겹쳐질 수가 없는 것이어서 나를 더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데, 단지 상반된 요령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확신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게 뭐라고, 너는 몇 점 나왔니, 한번 해서 나온 거 맞니, 내가 정말 자존감이 낮아 보이니, 자꾸 옆에 물어보는 내 모습이 정말 자존감 결핍의 증상 같지 않은가? 테스트에서 내가 ‘아니다’를 선택했던 그 항목들까지 다시 찾아서 ‘그렇다’고 실토해야 할 판이었다. 결국 나는 한 번 더 했는데, 테스트에서 본 어느 문항처럼 ‘확인과 동의를 강하게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어땠느냐고? 더 이상 의심하지 말라는 듯, 단호한 결과랄까. 무려 ‘-6점’이었다.










글=윤고은(소설가),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