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13일 호남을 방문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안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돕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말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도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해 “언제부터 중도였느냐”고 몰아세웠다.
안 전 대표는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2012년 대선 때) 전국유세를 비롯해 선거 전날까지 최선을 다했다.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했다. ‘표현이 세다’는 질문에 “갈수록 세진다”고 답변해 의도적인 발언임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도 고양시 한국시설안전공단을 방문한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짐승’ 발언에 대해 “그냥 넘어가죠”라며 말을 아꼈다.
안 전 대표 발언은 야권 텃밭인 호남 민심을 두고 문 전 대표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지지율 1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안 전 대표에게 호남은 최후의 보루와 같다.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가 12일 전북에서 “호남 홀대나 호남 소외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자 안 전 대표가 맞불작전을 펼친 셈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 성격상 ‘짐승’이란 표현을 꺼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문 전 대표와 쌓이고 쌓인 게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문 전 대표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안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때 함께 선거운동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하자 안 전 대표는 “인류 역사상 누가 안 도와줘서 졌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쏘아붙였다. 안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에 대해서도 “참여정부의 잘못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핵심세력 간 적통경쟁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함께 비판했다.
손 의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지사를 향해 “‘노무현·문재인 키즈’의 대표적 사람이지 언제부터 중도였느냐”고 비판했다. 대연정론 등을 제기하며 중도적 이미지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안 지사의 정체성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안 지사가 자신을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손 의장은 또 “(안 지사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홍위병으로 시작하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손 의장은 오는 17일 국민의당에 공식 입당할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안철수 “내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안 도와줬다는 주장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다”
입력 2017-02-14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