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두달째 ‘스튜어드십 코드’ 찬밥 “국민연금 때문에…”

입력 2017-02-14 05:00
논란 끝에 지난해 말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몸이 단 금융 당국은 직접 지원 의사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나서지 않는 이상 당장 기대만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를 갖고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과 이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를 검토 중인 8곳을 포함해 9개 자산운용사가 함께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 필요성이 제기돼 영국에서 2010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캐나다 네덜란드 일본 등 12개 국가로 확산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율지침인 만큼 강제성은 없다. 다만 고객들이 기관투자가를 고르는 데 주요 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기관투자가가 기업 지배구조에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국내에선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역할만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 도입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2013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의결권 행사에 관한 충실 의무’가 명시됐는데도 주총에서 ‘반대 실적’이 아예 없는 자산운용사는 전체의 절반(2015년 기준)에 이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논의 단계부터 극렬히 반대했다. 기업경영에 부당 간섭하거나 기관투자가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영국의 경우 실질적인 준수율이 10%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반박의 근거가 됐다.

지지부진하던 논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정국으로 급물살을 탔다.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결국 공청회를 거쳐 지난해 12월 19일 스튜어드십 코드가 공표됐다.

국민연금 덕분에 도입됐지만 발목을 잡는 것도 국민연금이다. 문형표 이사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결정하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망설이자 다른 기관투자가도 눈치만 보고 있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당연히 국민연금이 곧장 참여할 걸로 알았다가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주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관계자는 “연기금이 주요 동력인 건 맞다”면서 “기관투자가 참여는 최소 3분기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고객’인 기업에 싫은 소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면서 “자본시장법과 함께 적용할 때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