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의 행복론 “찌푸리고 살면 피곤하니까” [인터뷰]

입력 2017-02-15 00:03
차기작 ‘청년경찰’ 촬영이 한창인 가운데 ‘재심’으로 먼저 관객을 만나게 된 배우 강하늘. 그는 “(쉼 없는 스케줄에) 지칠 때도 많지만 그 지침을 해소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이 계속 생긴다. 명상하는 게 즐겁고 요즘엔 검도도 시작했다”며 웃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재심’의 극 중 장면. 오퍼스픽쳐스 제공
마치 흰 도화지 같다. 흔할지라도, 배우 강하늘(본명 김하늘·27)에게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비유다. 티 없이 말간 얼굴로 온갖 색깔의 감정들을 그려낸다. 기쁨 슬픔 그리움 미움…. 그의 눈빛에는 더 깊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에서는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간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한 남자의 억울함을 담아냈다. 2000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에서 강하늘은 경찰의 강압수사와 증거조작에 범인으로 몰린 청년 현우를 연기했다.

“제가 좀 억울하게 생겼나요? 저한테서 그런 느낌이 풍기나 봐요. 아하하.” 전작 ‘동주’(2016)에 이어 또 짠한 캐릭터를 맡았다는 말에 그가 내놓은 쿨한 대답.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가지런한 이를 한가득 드러내고 연신 환히 웃었다. 유쾌 발랄한 그의 성품은 강렬했던 극 중 모습을 지워버리고도 남았다.

“실화 자체가 아닌 시나리오에 집중하려 했다”는 강하늘은 일단 ‘착한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일차원적 설정을 피하기로 했다. 날카로운 인상을 주기 위해 살부터 뺐다. 불량함을 더하려 장발머리에 브리지 염색을 했고, 몸에는 문신을 잔뜩 그려 넣었다. 그는 “매 작품마다 좀 더 나은 표현법이 없을까 고민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현우를 돕는 변호사 준영 역의 정우와는 영화 ‘쎄시봉’(2015), 예능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tvN)에 이어 세 번째 만났다. 강하늘은 “정우 형이랑 워낙 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을 했다”며 “정말 편하게 연기한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촬영 현장에서 제 모토는 ‘다 같이 즐기면서 웃자. 얼굴 찌푸리는 사람 없게 하자’는 거예요. 제가 원래 되게 많이 긍정적인 사람이거든요. 찌푸리는 일을 별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서로 피곤해지잖아요. 상대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하면 그 기운이 내게도 돌아오더라고요.”

과연 ‘미담의 아이콘’다운 발언이다. 스스로 선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라도 있는 걸까. “요즘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는 강하늘은 “약간 어리둥절하다. 저는 그저 예의를 중시할 뿐이다.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로 데뷔해 ‘상속자들’(2013·SBS) ‘미생’(2014·tvN) 등 드라마를 통해 주목받은 강하늘은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도 떠올랐다. 최근 2년간 무려 다섯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대세’라는 수식어엔 여전히 몸서리치는 그다. “겸손 떠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 역량 안에서 좋은 작품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입니다.”

연기자의 길이 맞나 고민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윤동주 시인을 연기한 ‘동주’ 촬영 당시 적잖은 부담감에 시달렸던 탓이다. 다행히 지금은 훌훌 털어냈다. 명상 등 자신만의 해소법을 찾았다. “한 단계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지금을 사는 법’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나는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강하늘에게 ‘지금은 행복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체 없이 그렇다고 했다. “항상 사람들은 다 지나고 나서 ‘그때가 행복했다’고 하잖아요. 그 당시에는 행복하다는 말을 하지 않죠. 그러니까 특별히 불행하지 않다면 그게 행복한 것 같아요(웃음). 지금도 열심히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