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펙이 실력보장 못한‘사임당’

입력 2017-02-15 05:04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의 이영애(왼쪽)와 송승헌. SBS 제공

톱스타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은 SBS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가 방송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스펙’이 떨어지는 경쟁작에 밀리며 고전하는 모습이다. 올해 방송가 최대 기대작이었던 사임당이 용두사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사임당은 이영애가 ‘대장금’(MBC) 이후 13년 만에 선택한 안방극장 복귀작이었다. 작품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조선 중기 예술가 신사임당(1504∼1551)의 삶을 다룬다.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얼개를 띤 타임슬립 드라마다. 이영애는 사임당과 현대의 미술사학자 서지윤, 1인 2역을 연기한다. 그림 같은 화면과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이영애의 미모는 방영될 때마다 화제가 되고 있다.

사임당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때문에 중국 방송은 무산됐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방영되고 있다. 제작비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대작 드라마다.

사임당은 지난달 26일 1, 2회를 연속 방영할 때만 하더라도 앞날이 창창해보였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 2회 시청률은 각각 15.6%, 16.3%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1일 방영된 3회 시청률이 13%로 추락하더니 이튿날 내보낸 4회는 12.3%로 떨어졌다.

경쟁작 ‘김과장’(KBS2)에 덜미를 잡힌 것도 이때부터다. 스토리 전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영애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배우 박혜수의 연기력 논란도 불거졌다. 급기야 지난 8일 전파를 탄 5회는 10.7%까지 추락했다. 반면 김과장은 배우 남궁민의 코믹 연기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방송사는 재편집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등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SBS는 홈페이지를 통해 1∼4회 다시보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극 초반에 힘을 받아야 하는데, 사임당의 경우 이런 힘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에게 굳어져 있는 ‘사임당=현모양처’라는 이미지를 깨면서 드라마적인 재미가 가미될 때 인기가 올라갈 수 있다”며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기획 의도가 참신한 만큼 작품의 성패는 좀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 방영된 6회에서는 남자 주인공인 배우 송승헌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시청률은 반등할 기미를 보였다. 6회 시청률은 12.0%로 5회보다 소폭 상승했다. 사임당은 방송가 안팎의 기대에 상응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