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도·브랜드 가치 하락 불가피”… 재계 “경영 위축” 우려

입력 2017-02-13 17:5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들어서고 있다. 일부 시민이 태극기를 흔들며 정경유착을 비난했다. 윤성호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소환하자 삼성그룹뿐 아니라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특검 수사까지 재계를 집중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을 비롯한 삼성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 재소환을 지켜보며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성 관계자는 “기존 내용 외에 추가로 나온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답답하고 서운한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규명이 중요하지만 해외 언론에서도 이번 사안을 주목하는 만큼 삼성과 재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특검에 불만을 토로했다. 특검 수사의 타깃이 마치 이 부회장인 것처럼 해외에 알려져 대외 이미지 추락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기업 의혹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는 타당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영장 기각 3주 만에 재소환한 것”이라며 “특검 수사가 기한에 쫓겨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 식 수사로 흐르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검 수사로 반기업 정서가 확대되고 기업 경영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에 대한 연이은 소환조사로 인해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임원 인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삼성과 롯데 등은 임원 인사 일정을 미루고 있으며, 채용 일정과 규모 등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SK, 롯데 등 수사선상의 다른 기업들도 이 부회장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부회장 조사 결과가 다른 대기업 총수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특검이나 수사 상황을 조심스럽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