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하늘길 나눠먹기 ‘위험한 비행’

입력 2017-02-13 17:45 수정 2017-02-13 21:31

최근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고속 성장을 하자 지역마다 소형 항공사 설립 붐이 일고 있다. 지역 공항과 지방자치단체가 의기투합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려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국내 LCC와 중단거리 하늘길이 포화상태인 데다 올해 항공업계 전망도 좋지 않아 출혈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지역 기반 항공사는 ‘플라이양양’이다. 플라이양양은 강원도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신규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

플라이양양은 국토부 허가를 받으면 올해 보잉 737-800 기종(189석 규모) 3대를 도입하는 등 내년까지 총 5대의 항공기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플라이양양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 동남아 4개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라며 “여행사를 통한 외국 단체 관광객이 공략 대상”이라고 말했다. 총 260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게 목표다.

경북 포항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에어포항’은 포항공항을 거점으로 오는 9월 제주, 김포 노선을 운항할 방침이다. 오는 3월 캐나다산 50인승 CRJ-200 항공기 도입을 시작으로 5대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에 설립된 ‘K에어항공’은 내년 초 운항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경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남부에어’는 1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모아 김해공항발 국내선을 운영키로 하고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대구를 기점으로 하는 ‘에어대구’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호남’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마다 항공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LCC의 성장세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저유가와 저환율, 이용자 증가로 LCC 대부분이 연 20%대 양적 성장을 이뤘다. 따라서 돈과 노하우가 있는 지역 공항이나 지자체가 손잡고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인천과 김포 등 일부 공항에만 쏠려 있는 수요를 분산하고 존립이 위태로운 지방 공항을 살리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우후죽순 늘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항공업계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LCC의 경우 국토부의 운송사업 면허 기준(자본금 150억원·항공기 3대 도입)을 충족하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적지 않아 현재로서도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존 LCC 업체 6곳은 올해 17개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고 제주와 일본, 중국 노선은 이미 포화상태다. 최근 진에어가 하루 사이 2건의 기체 결함으로 운항 차질을 빚는 등 잇따른 고장이 논란인 상황에서 LCC가 우후죽순 늘어나면 정비인력 부족으로 항공기 안전이 더욱 위협받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무턱대고 진입했다가는 자본금만 잃고 지역 이미지도 나빠질 수 있다”며 “노선과 수요, 지방이라는 특수성뿐 아니라 항공기 안전과 관련한 신뢰 확보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