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60·사진) 서울 관악구청장의 집무실 책상 옆에는 돈키호테 동상 사진이 걸려있다. 그는 각기 다른 얼굴 사진이 박힌 9종의 명함을 쓰는데 모든 명함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주소가 적혀 있다. 그는 노란색이나 보라색으로 염색을 하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 소크라테스, 임금으로 분장하기도 한다. 주민 행사에서는 선글라스를 끼고 말춤도 추고 붐바스틱 댄스도 한다.
“늘 재미있게 살려고 한다. 유머가 참 중요하다. 내 명함을 건네면 사람들이 일단 웃는다. 웃으면 금방 친해진다.”
유 구청장은 지난 9일 국민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자신의 유머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구청장의 품위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그의 유머는 구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관악구 사업에 ‘용꿈꾸는작은도서관’(구청 1층 도서관), ‘B급 영화제’(고시촌에서 열리는 영화제), ‘관악산 꿀벌의 선물’(청룡산 양봉장에서 채취한 꿀)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명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관공서 하면 다들 딱딱하고 권위적인 느낌을 갖는다”면서 “구청도, 구청장도 친근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악구는 최근 반려동물 놀이터를 개장하면서 ‘개판 5분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유 구청장의 트레이드마크는 도서관이다. 국회도서관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중국에 이어 이번 주 일본 지역자원학회 초청으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관악구 도서관 정책을 주제로 90분간 강연한다. 유 구청장은 “작은 도서관 운영을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겨서 민간합동으로 해나가는 걸 일본에서는 대단히 놀랍게 바라본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이 취임한 2010년 관악구 도서관 숫자는 5개였으나 이제는 43개로 늘었다. 주로 동주민센터 내 새마을문고를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작은 도서관을 늘려왔다. 이 기간 도서관 회원은 11만3000명에서 16만명으로, 도서 대출량은 48만권에서 91만권으로 증가했다.
관악구에는 ‘도서관과’가 있고 ‘지식문화국’이 있다. 또 구청, 동주민센터, 도서관 등에서 주최하는 인문학 강좌가 연 240회 열린다. 279개 독서동아리가 등록돼 활동하고 2471명이 여기에 참여한다.
‘도서관’ ‘지식복지’에 이어 유 구청장이 지난해부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도시농업’이다. 텃밭과 양봉장을 조금씩 늘려오던 관악구는 올해 삼성동 관악산 도시자연공원 안에 약 1만5000㎡(4500평) 규모로 서울시 최초의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한다. 그는 “도시가 콘크리트 숲 아니냐.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드는 심정으로 도시농업공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신년 초대석] 유종필 관악구청장, 도서관·지식복지에 이어 서울시 최초 ‘도시농업공원’ 조성
입력 2017-02-13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