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적용한 신형 고체추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을 개발한 것은 탄도미사일의 은밀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일각에서 거론되는 선제타격론에 대한 맞대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안정성을 마련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을 ‘북극성-2형’으로 명명했다. 앞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북극성 3형’은 고체연료를 이용한 ICBM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13일 북한 발표와 합동참모본부의 평가를 종합해 “북한은 고체연료 사용 중거리미사일을 안정적으로 개발했고, 기습적으로 한반도와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능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12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500㎞다. 고각도로 발사할 경우 한반도 타격이 가능하다. 평양 인근에서 발사한다면 사드(THAAD)가 배치된 경북 성주를 타격할 수 있다. 통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사거리는 최소 1280㎞에서 최대 3000㎞로 늘어난다.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에서 연료주입 시간이 필요 없는 고체연료를 사용한 데다 무한궤도형 이동식 발사대(TEL)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무한궤도형 이동식 발사대는 평지에서 발사 가능한 기존 바퀴형 발사대와 달리 산악, 계곡 등 험한 지형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우리 군의 정찰능력이 대폭 증강되지 않는 한 사전 징후 파악이 불가능하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가 보일 때 선제 타격한다는 우리 군의 킬 체인(kill-chain)이 작동하기 힘들다.
엔진 점화도 안정적으로 실시됐다. 북극성-2형은 원통형 발사관에서 수직으로 발사된 뒤 10여m 공중에서 점화됐다. 북한이 주장한 ‘냉발사체계’(콜드런치·미사일을 공중에 띄워 점화하는 방식)가 제대로 작동됐다. 미사일의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동체 하단부에 격자 모양의 날개 ‘그리드 핀(Grid Fin)’도 식별됐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콜드런치로 발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확실하게 지상에서 보여주고 자세 제어까지 한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탄두 부분은 기존 SLBM보다 완만한 둥근 모양으로 지난해 3월 북한이 공개한 탄도미사일의 재진입체 모양과 비슷하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우리 군은 ‘재돌입 구간에서 자세조정 및 유도 등을 검증했다’는 북한 주장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한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에 불과할 정도로 고난도 기술이다.
북한 미사일의 요격회피 기동특성 점검 주장도 주목된다. 이는 요격미사일을 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사드나 해상방어 미사일인 SM-3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신형 IRBM 은밀·다양성 확보… 수준 높아진 北 미사일
입력 2017-02-13 18:08 수정 2017-02-14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