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만든 당명인 새누리당뿐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키워드인 ‘국민행복’도 자유한국당 강령에서 사라졌다.
새누리당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당명과 강령, 당헌 개정안을 가결했다. 자유한국당의 약칭은 ‘한국당’으로 결정했다. 당 로고도 횃불 모양으로 바꾸는 안을 확정했다. 다만 당 색깔은 유지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강령에 포함됐던 ‘국민행복’이라는 말도 삭제했다. 대신 헌법가치와 법치주의 존중, 국가안보와 국민안전 우선 등 7개 핵심 가치를 담았다. 자유한국당 강령에서 빠진 ‘국민행복’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슬로건이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2월 19일 대선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민행복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존 당명과 당 로고 등도 2012년 2월 13일 당시 박 비대위원장이 주도해 변경했던 것이다. 당시 당명은 15년 만에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 색깔도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꿨다. 13일 당명 개정안이 통과된 장소는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2012년 7월 ‘국민행복’ 공약을 내세우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곳이다.
한국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던 새누리당 체제에서 탈피해 생존을 모색할 방침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의 힘으로 자유시장경제, 자유통일 대한민국을 기필코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범보수 세력의 대동단결을 통해 보수정권 재창출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조기대선 가능성을 감안해 당헌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한국당은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을 경우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 선거관리위원회 심의와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대선후보 선출에 대한 사항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당은 인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친박(친박근혜) 핵심의원 징계 등 쇄신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태극기집회를 계기로 친박 인사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자 ‘무늬만 쇄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자동차 색깔을 바꾼다고 그 자동차의 사고 이력까지 없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횃불 로고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옛 로고와 비슷하다”며 “한국당은 자유총연맹 여의도지부임을 만천하에 선언했다”고 비난했다.
한국당의 뿌리는 1990년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주자유당이다. 민자당은 이후 신한국당으로 개명했고, 신한국당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이명박정부 말인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 위기론이 커지자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개명한 바 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5년 만에 ‘자유한국당’으로 문패 바꿔 단 새누리당
입력 2017-02-13 18:15 수정 2017-02-13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