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전격 공개하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효용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북한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된 만큼 사드 배치가 필수적이라는 주장과 사드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의 미사일이 사드를 회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일종의 심리전을 펴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고각(高角) 발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을 수직에 가깝게 쏘아올려 사거리를 줄였다는 얘기다. 좁은 한반도에서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고 미사일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방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발사에 성공한다면 중거리미사일을 우주 공간으로 날려보낼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실험이라거나 ICBM 개발 직전 단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드 배치 찬반 양론은 이 지점에서 부딪친다. 북한이 실제 공격 목적으로 미사일을 고각 발사해 사드의 최대 요격고도(150㎞) 훨씬 위에서 미사일을 고속으로 낙하시키거나 아예 사드 기지 상공을 지나쳐 남부 지방을 노린다면 미사일 요격을 장담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북한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병력이 들어오는 부산과 울산이 1차 핵 타격 목표라고 공언한 상태다.
찬성론자들은 사드 배치가 더욱 시급해졌다고 주장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13일 “북한이 ‘북극성-2형’을 쏘더라도 일단 사드가 있어야 요격이 되느냐, 마느냐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신형 미사일을 막을 사드조차 이 땅에 없으니 배치를 더욱 서둘러야 한다. 또 북한이 이 미사일로만 공격을 해올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고각 발사 위협 논란과 별개로 사드의 효용성은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북한은 이 외에도 단거리미사일, 다연장포 등 무수한 자산으로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으며 사드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는 정확성을 요구한다. 수도권 방어는 생각하지 않고 ‘하나만 더 있으면 좋다’는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은 건전한 안보정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사드 배치를 협의 중인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고각 발사를 예단해 요격이 가능한지를 확답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북한 미사일이 사드 범위 내에 들어온다면 요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신형 미사일을 실험하면서 ‘요격회피 기동특성’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사드를 한 축으로 하는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도 뚫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군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드를 둘러싼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것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사드 효과 찬반논란에 기름 끼얹은 ‘북극성-2형’
입력 2017-02-1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