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삼성 화력 집중 이유… ‘삼성 수사=재벌 수사’

입력 2017-02-14 00:0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들어서고 있다. 일부 시민이 태극기를 흔들며 정경유착을 비난했다. 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뇌물혐의 수사는 향후 다른 대기업 수사 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 수사에서 ‘대기업=피해자’라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프레임을 뒤집어야 나머지 기업에도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 뇌물 수사에 집중하는 이유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현판식 이후 기업 분야 수사에서는 모든 화력을 삼성에 집중하고 있다. 애초 수사대상으로 거론됐던 다른 대기업들은 특검의 수사대상 순위에서 뒤로 밀려 있다. 총수 사면을 대가로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는 SK와 CJ, 검찰 수사를 앞두고 추가 출연금을 돌려받은 롯데 등이 주요 타깃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특검 수사대상에 오르내리지 않고 있다.

삼성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최씨 일가 지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 외에도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으며 직접 최씨의 독일 비덱스포츠를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의 당면 과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였다. 이를 최씨 일가 지원과 동전의 양면으로 붙여서 보면 대기업이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깰 수 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의 이런 판단을 법원이 인정해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다른 기업에는 같은 판단을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특검의 계획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어그러졌다. 다른 대기업 사안에 투입했어야 할 수사력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보강수사에 투입됐다. 이 부회장은 물론 박상진 사장 등 핵심 임원까지 다시 불러 혐의의 공백을 메우는 데 매달렸다.

특검이 이 부회장 재소환에서 뇌물죄 혐의 입증에 성공할 경우, 나머지 대기업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한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기간 중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기업 수사는 검찰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