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大卒까지… 자식농사에 허리 휜다

입력 2017-02-14 05:00
중소기업 직원 이모(30)씨의 부인 김모(31)씨는 지난해 3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14개월 된 아들의 육아를 위해서다. 보모를 둘까도 생각했지만 월 200만원 가까운 비용도 부담됐고 믿을 만한 보모를 만날 확률도 뽑기에 가까워 자신이 안 섰다.

최대한 적게 쓴다고 노력했지만 이유식과 기저귀 비용으로만 한 달에 20만원을 썼다. 동네 문화센터에서 하는 정서 개발 교육 프로그램에도 20만원을 쓴다. 부인 김씨가 직장을 그만두며 포기한 기회비용은 300만원 정도다. 그는 “매달 15만원가량 나오는 육아보조금이라도 증액해줬으면 좋겠다”며 “혼자 벌어 전세금 대출 갚고 육아비용 내고 나면 6000원 점심 사 먹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씨는 육아비용과 주택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회사에 요청해 지방으로 내려갔다.

대한민국 가계 지출의 31%가 육아에 들어간다. 지난해 대학 등록금은 1인 평균 667만원에 육박했다. 자녀교육을 위해 십수년 돈을 쏟아부어도 돌아오는 건 최악의 청년 취업난이다. ‘요람에서 대졸’까지 부모의 허리가 휜다.

여성가족부는 출산 계획이 있거나 임신 중인 예비모와 만 9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1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육아문화 인식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액 345만8000원 중 육아 비용은 107만2000원이었다. 33.3%가 육아비용이 매우 부담된다고 답했고, 56.7%는 조금 부담된다고 답해 90% 이상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더라도 부담은 여전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사회조사 통계에 따르면 “자녀의 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가구주는 65.3%였다. 교육비 지출 중 학원비 등 보충 교육비가 62.1%였다. 중·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30대와 40대는 보충 교육비 부담이 각각 92.8%, 74.2%였다.

참교육학부모회 나명주 수석부회장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급식비 학교운영지원비 수업료 체험학습비 등 학교에 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다”며 “보통 고등학생은 70만∼80만원, 중학생은 40만∼5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교복도 메이커에 따라 질이 다르고 천차만별인데 아이는 좋은 옷을 입고 싶어 하고 학부모는 그렇게 못할 때 자괴감이 들어 부담감이 크다”며 “미래 세대를 키우는 일이기에 국가가 나서 제대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모(58·여)씨는 퇴직 후에도 서울에 보낸 아들의 등록금과 하숙비를 마련하고 있다. 아직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퇴직금으로 1학기 360만원 하는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다. 학자금대출도 800만원 받았지만 아들이 졸업을 미뤄 9학기째 등록금을 내는 바람에 여전히 힘겹다. 그럼에도 남들처럼 용돈을 챙겨주지 못해 안쓰러울 따름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80개 대학교 1년 평균 등록금이 667만5000원이라고 조사했다. 지난해 대학생 58.0%는 부모 도움으로 등록금을 마련했다. 10.7%는 대출, 6.4%는 스스로 벌어서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학금은 24.7%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은 2년(2015∼2016년) 연속 22%를 기록했다. 실질실업률은 이미 2014년에 30%를 넘었고, 청년실업자는 2015년 50만명을 넘어섰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