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데…” 예민한 시점 숨죽인 삼성

입력 2017-02-13 18:2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다시 특검에 소환되면서 삼성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번 주 하만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고, 야당을 중심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는 분위기에서 특검 수사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자신 있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번의 소환으로 여론은 사실상 이 부회장이 유죄라고 보는 분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싸늘한 여론은 삼성전자가 현안을 헤쳐 나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고, 특검 이후에도 이 부회장의 행보에 제약이 될 수 있다.

특히 특검이 문제 삼는 부분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이 부회장의 승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앞으로 승계를 마무리 짓기 위한 과정이 남아있는데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당장 야당을 중심으로 상법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개정안은 기업 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걸 골자로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승계는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해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2.8%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되면 지주회사뿐 아니라 사업회사 주식도 12.8% 생겨난다. 분할된 이후 주식은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 부회장이 이를 활용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지주회사 설립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고 이건희 회장의 주식을 상속하는 방안이 있지만 천문학적인 증여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

삼성이 지난해 80억 달러(약 9조2000억원)에 인수한 하만은 17일(현지시간) 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 합병 여부를 결정한다. 삼성전자는 주요 투자자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인수 금액이 저평가됐다며 반대하고 있는 데다 계속되는 특검 수사로 이 부회장 리더십이 타격을 입을 경우 합병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총회를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이후 각국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외국기업과 M&A에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