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구제역 발생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법적 기준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물백신’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A형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하게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O+A형 백신’의 수입 일정도 불투명하다. O형 백신만 맞은 돼지가 A형 구제역에는 무방비라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섯 번째 구제역(O형) 확진판정을 받은 충북 보은 한우농가의 O형 항체 형성률이 87%로 파악됐다고 13일 밝혔다. 기준치인 80%보다 무려 7% 포인트 높다. 제대로 백신 접종을 하고 항체가 형성돼도 구제역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O형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의 다른 한우농가는 O형 항체 형성률 76%로 80%에 근접했다. A형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 젖소농장의 A형 항체 형성률은 90%였다. 이 때문에 축산농가에선 백신 효능에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항체 형성률과 무관하게 구제역은 확산 조짐을 보인다. 4건의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온 보은에서 이날 의심농장 2곳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백신 항체 형성률이 100%가 나와도 개체의 면역력에 따라 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소는 항체 형성률과 무관하게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신고를 늦게 했을 경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추가 항체가 생기면서 항체 형성률이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천의 A형 구제역 바이러스가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O+A형 백신’으로 방어가 가능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오면서 당국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백신의 추가 수입 또는 수입 일정 조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진땀을 빼고 있다. A형 구제역에 대한 백신 공백 사태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의 구제역 백신 접종대상 소는 283만 마리다. 여기서 ‘O+A형 백신’의 전체 물량 190만 마리분을 제외하면 93만 마리에 대한 추가 접종분이 부족하다. 구제역 발생 이전에 당초 계약됐던 ‘O+A형 백신’의 정기 수입물량 160만 마리분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당국은 이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백신 제조사인 영국 메리얼에 긴급 수입 요청을 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A형 구제역은 O형에 비해 발생빈도가 적다. 하지만 올해 이미 국내에서도 A형 구제역이 확진됐고, 지난해 태국에서는 20건이 발생한 바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당국이 가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A형 바이러스가 돼지로 퍼지는 것이다. 돼지의 전파력은 소의 100∼3000배에 달한다. A형 구제역은 통상 소를 통해 발생한다. 다만 이번 연천의 A형 바이러스와 거의 같은 바이러스가 지난해 베트남의 돼지에서 발생한 바 있다. O형 백신만 맞아온 전국 1149만 마리에 이르는 돼지는 A형 구제역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6번째 확진도 물백신 논란… ‘돼지 전염’ 위기감 고조
입력 2017-02-13 18:02 수정 2017-02-13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