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디자인을 위해 희곡을 15번 읽었어요. 연극 의상이 재미있는 분야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네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계속하고 싶어요.”
원로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83·사진)씨가 생애 처음으로 연극 의상에 도전했다. 진씨는 오는 24일 개막하는 국립극단의 연극 ‘메디아’의 의상을 맡았다.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메디아’ 제작발표회에서 진씨는 “내겐 런웨이와 연극이 비슷하게 느껴진다”면서 “패션 컬렉션을 발표하는 런웨이에선 디자이너인 나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연극에서는 의상을 통해 배우의 캐릭터, 작품의 성격 등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씨는 1965년 패션계에 입문한 뒤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한국 패션계의 거장’이다. 93년 세계적 패션 컬렉션인 프랑스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한국인 최초로 참가했다. 지난해 배우 이혜영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연극 ‘갈매기’의 포스터 촬영을 위해 국립극단이 그에게 의상을 빌린 것이 계기가 됐다. 진씨는 “이번에 연극 의상을 제안 받았을 때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뛰어난 데다 좋아하는 배우 이혜영이 출연하기 때문에 바로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메디아’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에우리피데스의 역작이다. 여주인공 메디아는 사랑하는 남편 이아손을 위해 아버지와 조국을 배반하고 남동생까지 죽였다. 하지만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한 후 깊은 상실감과 분노를 느끼고 복수를 위해 자식까지 죽인다.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가 연출을 맡았다. 오는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디자이너 진태옥씨 “런웨이와 연극이 비슷하게 느껴져요”
입력 2017-02-13 19:13 수정 2017-02-13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