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시 소환한 것과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 ‘구속’ 또는 ‘불구속’을 언급하는 것은 법치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 정치인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수사방향이나 사법 판단에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결코 옳은 태도가 아니다. 정치적 입지에 반하거나 정서적 거부감이 있다고 해서 임의대로 재단(裁斷)하는 것은 독선이자 아집이다.
이 부회장을 재소환한 것은 전적으로 특검의 판단이다. 나아가 위법행위에 대한 법리구성이 완벽하고 증거가 뒷받침된다면 구속영장도 재청구할 수 있다.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권 행사는 너무나 당연한 일로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선 이 부회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다만 전제가 있다. 누가 봐도 절차상 또는 내용상 정당하고 상식에 부합돼야 한다.
특검이 1차 영장 청구 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것을 일종의 뇌물로 봤으나 이번에는 순환출자를 문제 삼았다. 합병 이후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삼성SDI가 매각해야 할 주식이 1000만주인데 공정위가 500만주로 줄여줬으며, 이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것이다. 1차 구속영장 청구의 근거였던 뇌물죄 구성이 쉽지 않자 사실상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든 누구든 간에 수사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정황이 있고, 그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진술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방향을 정해놓고 몰아가거나 먼지털이식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 여론수사나 정치수사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특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여론이나 정치권의 흐름을 추종한 수사를 한다는 세간의 의혹이 기우이길 바란다.
영장청구 여부는 오로지 검찰 판단에, 구속 여부 역시 법원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일부 정치인들이 걸핏하면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고, 사법부 판단에 왈가왈부해온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온 그들의 이런 행위야말로 자가당착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너무나 당연한 법치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정치권의 개입은 자제돼야 한다.
[사설] 정치권은 ‘이재용 수사’에 왈가왈부 말라
입력 2017-02-13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