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니콘 기업’ 자라날 토양 갖춰야

입력 2017-02-13 18:19
미국 벤처투자가 에일린 리는 2013년 창업 10년차 이하 벤처기업 현황을 조사하다 시장가치 10억 달러(1조1500억원)를 돌파한 기업만 추려봤다. 34곳이 해당됐고 전체의 0.07%에 불과했다. 매우 드문 현상이라 업계에 알리기로 했는데, 이 그룹에 어떤 이름을 붙여줄까 고심을 거듭했다. ‘메가히트’ ‘홈런’ 등을 떠올리다 ‘유니콘 클럽’이라고 했다. 유니콘은 머리에 뿔 하나가 달린 신화 속 동물이다. 그만큼 현실이 되기 힘든 일을 해낸 기업, 그동안 현실에 없던 시장을 창출해낸 기업이란 뜻이 담겨 있다. 이들을 소개한 리의 글은 급속히 회자됐고, 실리콘밸리에선 누구나 유니콘을 꿈꾸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2013년 34곳이던 유니콘은 지금 180곳이 넘는다. 영국 회계업체가 그 창업자 189명을 분석한 결과 51명이 스탠퍼드대 출신이었다. 하버드대가 37명을 배출해 뒤를 이었고, 캘리포니아대(18명) 인도공과대(12명) 매사추세츠공과대(9명)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인도 이스라엘 캐나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대학이 이름을 올린 리스트에서 한국 대학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유니콘 기업이 자라기에 우리 대학과 산업 생태계가 너무 척박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안정적 직업만 찾아가는 인재, 도전은커녕 생존이 급한 청년, 학생보다 학교 발전이 우선인 대학, 어떻게든 대기업에 기생해야 버틸 수 있는 기업 환경, 재정 지원을 하긴 하는 것 같은데 어디에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정부….

유니콘 창업자 중 40%는 2∼5번째 도전한 창업이 성공한 경우였다. 실패에서 축적되는 혁신의 에너지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그동안 현실에 없던 것을 꿈꾸는 기업인이 나올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가려면 삼성이나 현대보다 이렇게 도전하는 기업이 훨씬 소중하다. 그 중요성을 모두가 알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기에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 사회를 환기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