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3일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2012년 2월 탄생한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은 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누리당은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당명이었다. 새 강령은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민행복국가’를 지우고 ‘헌법 가치’와 ‘국가 안보’를 대폭 강화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반영해 박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조치로 풀이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당명 개정에선 전혀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보수의 최대 가치인 책임과 희생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인적 청산을 하겠다며 법석을 떨었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일부 핵심 친박계 의원의 당원권을 정지시킨 게 전부다. ‘보수 정권 10년’ 내내 그러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친이계에 이어 박근혜정부의 친박계는 패거리 정치를 일삼으며 이념과 소신 대신 계파의 생존과 이익 추구에만 급급했다. 지난해 4·13총선 참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구조 속에 최순실 게이트는 어찌 보면 예견된 참사였다. 책임져야 마땅할 친박계는 여전히 최대 세력으로 건재하니 당명 개정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일부 친박계는 여기에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헌재를 향해 박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인 위원장까지 박 대통령을 보호하겠다고 공언하는 실정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선 출마 추파까지 공개적으로 던지고 있다. ‘박근혜 보수’ 세력에 기대 당의 생명을 연장하겠다는 전략 그 자체다. 이런 탓에 당명을 바꾼다고 박 대통령과 결별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보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며 새누리당을 뛰쳐나간 바른정당 위상도 볼품없기는 매한가지다. 지지율은 정의당만도 못하고, 당내 대선 주자들 지지율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정책들은 좌와 우로 오락가락하며 길을 잃은 지 오래다. 모호함이 계속된다면 바른정당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보수는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와는 분명히 다르다. 한국당은 과거와의 관계를 철저히 단절해야만 생존 가능하다. 우선 박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워야만 한다. 수구 세력에 의존하는 전략은 한계가 분명히 따르고 장기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이념과 지역에 의존하지 말고 보수의 강점인 시장경제 가치를 앞세울 필요가 있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바른정당도 대선 승리라는 단기적 과제에 매몰되지 말고 따뜻한 개혁적 보수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수와 진보 간의 견제와 균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에 아직 한국당과 바른정당에는 보수를 바로 세울 책무가 남아 있다.
[사설] 보수정당, 지난 10년과 전혀 다른 새 비전 제시해야
입력 2017-02-13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