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혼인세액공제’ 도입한다더니… 취업 조건 내세워 무직자는 대상서 빼

입력 2017-02-14 05:05

파견근무차 세종시에 내려와 있는 김모(39)씨는 오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일하면서 신혼집 구하랴 식장 예약하랴 정신이 없다. 비용 문제로 고민하던 중 작으나마 희소식이 들렸다. 정부가 올해부터 결혼하는 이들에게 최대 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소식이다. 신설되는 ‘혼인세액공제’ 제도가 주는 혜택이다. 하지만 사실 김씨가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액은 50만원뿐이다. 근로소득자인 김씨와 달리 배우자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해 입안·도입할 계획인 ‘혼인세액공제’ 제도는 저조한 결혼 건수와 출산율이 낳은 산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만 해도 연간 32만2807건이던 결혼 건수는 2년이 지난 2015년 30만2828건까지 줄었다. 2년간 2만건 정도 줄어든 셈이다. 우리나라 출산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2015년 기준 출산율은 1.24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지만 제도의 세부사항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세액공제 혜택은 연봉 7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 55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가 결혼할 경우 받을 수 있다. 1인당 50만원씩 세금을 감면해주는 식이다. 즉 ‘세금을 잘 내는’ 맞벌이라야 내년도 연말정산 시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1명이라도 대상자가 아니라면 김씨의 경우처럼 50만원 감면 혜택에 그친다. 지난해 실업자는 사상 최초로 101만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취업준비생 등을 합한 사실상 백수는 450만명이 넘는다. 직업을 못 구하는 것도 서러운데 결혼 때 국가에서 주는 혜택마저 차별당하는 형국이다.

사실혼 역시 논란 소지다.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결혼식을 올려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세액공제를 받는 조건이 혼인신고서 제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혼인신고를 종용하는 구조란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혼인신고 대신 결혼증빙서류 제출로 할지 고민했지만 혼인신고서만이 법적근거가 있다고 결론냈다”며 “기준이 엄격한 보조금보다는 정부가 주는 결혼 축의금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효과를 보기 힘든 전시 정책”이라며 “차라리 청년층에 대해 집값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