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독교지도자 500명 트럼프의 ‘反이민 명령’ 반대 광고 WP에 게재

입력 2017-02-14 00:11
지난 8일 미국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한 이민 여성이 피닉스의 이민 및 세관 집행 시설 앞에 세워진 밴에 갖혀 있다. 이 여성은 이날 멕시코로 추방됐다. AP뉴시스

미국 50개 주의 목회자와 작가 등 500명 이상으로 구성된 기독교 지도자들이 지난 8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이들 중에는 팀 켈러, 빌 하이벨스, 맥스 루케이도, 질 브리스코 등 한국 기독교인들에게도 친숙한 이들이 많다.

광고는 “우리는 지난 2000년 동안 표현돼온 ‘고난당한 자를 섬기라’는 역사적 부르심 앞에 있다. 이 부르심을 지금 버릴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긍휼과 안보는 공존할 수 있다. 박해받는 자와 고난당한 자는 날마다 고통 속에 있다. 이들에게 지체(delay)는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 광고에는 기독교 작가인 앤 보스캠프를 비롯해 남침례교신학교 대니얼 아킨 총장, 조엘 헌터(노스랜드교회) 목사, 복음주의 국가연합의 리스 앤더스 회장 등이 참여했다. 재미교포 2세로 다민족교회를 목회하는 유진 조(퀘스트교회) 목사도 눈에 띄었다. 진보 진영 지도자가 아니라 보수 교계의 저명한 인물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광고를 주도한 월드 릴리프의 스콧 아르바이터 회장은 “기독교 목회자와 지도자들은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 트럼프의 정책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위해 노력하듯이 무슬림과 다른 믿음을 갖고 있는 이들 역시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란 등 7개국 이슬람 국가 출신 여행자들의 일시적 입국 금지와 120일간 난민수용 프로그램을 중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중동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은 다른 종교인들보다 미국 입국에 우선권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행정명령은 미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반이민 행정명령 2탄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13일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가 세 가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난민수용 프로그램 중지 명령에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전체 복음주의권 신자들 사이에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둘러싼 법적 공방과 상관없이 중동국가 출신 소수 기독교인들의 미국 정착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