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빌려 주면 200만원”… 대포통장 미끼 문자 전담수사관에 덜미

입력 2017-02-14 05:01
서울 성북경찰서는 대포통장을 모집하기 위해 무작위로 미끼 문자를 보내다 경찰관에게까지 보낸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하루 만에 덜미를 잡혔다고 13일 밝혔다. 문자를 받은 경찰관은 하필이면 보이스피싱 수사만 5년을 전담해온 베테랑 경찰관이었다.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후 4시50분쯤 이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보이스피싱 전담수사관인 오청교 경위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주류회사 H기업’ 이름으로 발송된 메시지에는 “주류세가 80%를 넘다보니 세금을 감면받기 위해 문자를 보낸다”고 쓰여 있었다. 계좌를 빌려주면 임대비 명목으로 계좌당 매월 200만∼25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모은 계좌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예정이었다.

오 경위는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하기 위한 수법임을 눈치 채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오 경위가 어수룩한 말투로 연기하며 “통장만 빌려주면 돈을 준다는 얘기냐”고 묻자 상담원은 임대 조건과 근로계약서 등을 언급하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득했다.

이튿날 오 경위는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주택 앞에서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한 전달책 김모(34)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달 3일부터 열흘간 총 26개의 체크카드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계좌에는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6000만원 상당의 돈이 들어 있었다. 김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구속하고 계좌를 빌려준 김모(22)씨 등 1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통장을 건네받은 공범과 총책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 중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