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영제 도입으로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버스회사들의 채용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비스 개선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버스회사 준공영제가 채용비리에 악용되고 있어 실효성있는 비리 근절대책과 경영의 투명성 제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버스기사 채용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된 A버스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노조원 1명의 휴대전화와 배차표 등 각종 서류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자료를 토대로 채용비리와 보조금 횡령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김모(57)씨 등 시내버스업체 4곳의 전·현직 노조지부장 등 4명을 구속하고 버스회사 임직원과 구직자 등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노조 간부들은 버스기사로 취업을 원하는 39명에게 500만∼1800만원씩 모두 3억9000만원의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버스기사 채용비리가 불거진 후 부산시가 버스회사 노조의 고질적인 ‘취업장사’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후에도 비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시는 기사 채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조의 인사 개입 및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인재채용위원회’를 구성, 공개 채용토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33개 전체 버스회사에 시행토록 했다. 특히 시는 준공영제에 참여한 버스업체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할 경우 지원금 삭감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번에 적발된 버스업체도 준공영제에 참여해 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영제가 채용비리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가 준공영제 시행 후 참여업체에 지원금을 주면서 시내버스 기사의 대우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부산 시내버스 기사의 평균 연봉은 4800여만원이다. 택시·마을버스 기사의 2∼3배 수준이다.
2007년 부산에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뒤 임금과 퇴직금 체불 걱정도 없어졌다. 정년이 보장되고 각종 수당과 자녀 학자금지원 등 복지 혜택도 주어진다. 이처럼 버스 기사 처우가 좋다보니 버스업체 간부나 노조 간부 등과 ‘뒷거래’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작한 대구도 2011년과 2015년 버스기사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 적이 있다. 특히 2015년에는 지역 시민단체가 기사 채용 때 수천만원이 오고갔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대구시 등에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했다. 준공영제에 묶여 기사 채용 등의 권한을 버스회사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버스업체와 노조의 도덕적 해이와 시의 안일한 비리근절 대책마련 등이 시민 혈세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부산·대구=윤봉학 최일영 기자 bhyoon@kmib.co.kr
시민 혈세 먹고 ‘귀족’ 되더니… 채용 장사하는 버스 勞使
입력 2017-02-13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