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현] 헌법재판소를 흔들지 말라

입력 2017-02-13 17:24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탄핵을 조속히 인용하고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라”(촛불집회) “탄핵을 기각하고 특검을 해체하라”(태극기집회)는 양측의 세 대결이 치열하다. 탄핵심판은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돼 있다. 대통령이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으며(헌법재판소법 제48조), 헌재는 이를 심리해 대통령을 파면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제4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본 바와 같이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탄핵소추를 받아 파면되도록 함으로써 헌법 위반을 경고하고 국민에 의해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이를 박탈한다.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 권위를 확보하는 것이 탄핵심판 절차의 목적이다.

헌재는 1988년 출범 이래 친일재산 몰수규정 합헌, 유신헌법 시절 긴급조치 위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국회 법률안 날치기 통과 위헌, 수도 이전 위헌, 정당해산 등 역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결정을 내려 왔다. 최고법원인 연방대법원이 있고 헌재를 따로 두지 않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대법원과 헌재가 모두 있고 대법원은 법률해석, 헌재는 헌법해석에 대해 각자 최고법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헌재는 독자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잘 수행해 왔고, 안정적으로 정착한 성공사례로 인정되고 있다.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할 의무는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라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를 감안해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한 것이다. 헌법 정신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의 의미를 되새기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권력을 분산해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을, 사회·경제 분야는 책임총리가 이끌어 나가는 이원집중제 정부 형태로의 개헌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가 집권하고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새로운 질서에 신속히 적응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하루빨리 혼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촛불집회는 절제된 평화집회로 광장 민주정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받았다. 이제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헌재를 더 이상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헌재의 최종 판단은 어떠한 편견이나 예단이 없는 가운데 나와야 한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되는지를 흔들림 없이 따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인내심을 가지고 도와야 한다. 헌재의 정치적 독립성은 보장돼야 하며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민주 절차에 따르는 것으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법치주의 정착을 위해서는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고 사법부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필자는 법정에 들어갈 때나 나올 때 반드시 재판부를 향해 목례를 한다. 판사와 재판 진행 절차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국민으로서 재판부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 여러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법부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거나 흔들어서는 안 된다.

찬반 양측이 아무리 세 과시를 하며 압박하더라도, 헌재는 흔들리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역사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헌재가 사는 길이고 국민 모두의 신뢰를 얻는 길이며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김현 대한변협회장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