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유혹에서 색다른 유혹으로

입력 2017-02-14 05:00

지난달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베스트바이 매장에는 유독 검은색 가전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주방가전이 모여 있는 공간이 그랬다. 냉장고, 오븐, 쿡탑 등 전시돼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검은색 외관을 갖추고 있었다. 베스트바이는 미국 내에서 전자제품 유통 1위 사업자다. 베스트바이 매장 관계자는 당시 “블랙 스테인리스 색상은 이미 미국 가전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며 “고급스럽고 차분한 느낌을 줘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블랙 가전’ 바람이 미국을 넘어 국내에도 불고 있다. ‘백색 가전’으로 대표되던 생활가전들이 검은색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흰색 가전에서 스테인리스로 한 차례 흐름이 바뀌었다면 최근에는 블랙 스테인리스가 떠오르고 있다. 이들 색상은 공통적으로 어떤 색상과도 잘 어울리고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진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같은 블랙 색상도 소재, 질감 표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며 “프리미엄 제품의 무게감, 고급감을 배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점차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제품에서 시작되는 ‘블랙’ 바람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출시한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블랙캐비어’ 색상을 적용했다. 블랙캐비어 메탈은 삼성전자가 나노 단위의 가공을 통해 개발한 신개념 소재다. 블랙 색상의 냉장고를 원하는 인도 지역의 소비자 요청에 따라 연구가 시작됐다. 당시 디자이너들은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고민한 끝에 이 소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은은한 광택이 나는 블랙 색상의 선호도가 높아지자 삼성전자는 액티브워시, 애드워시 세탁기 제품에도 블랙캐비어 색상을 채택했다. 액티브워시는 애벌빨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세탁조 커버에 마련돼 있고, 애드워시는 세탁 중간에도 세탁물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창문이 나 있다. 제품 사용의 편리함에 더해 소비자가 색상을 고르는 범위를 다변화한 결과 기존 제품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프리미엄 가전에서 블랙 열풍은 특히 두드러진다. LG전자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내세운 ‘LG 시그니처’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제품들은 블랙 색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LG 시그니처 냉장고에는 표면에 블랙 다이아몬드 코팅이 적용됐다. 스테인리스 소재와 난방향 공법으로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은은한 광택이 느껴진다. 긁히기 쉬운 냉장고 표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LG 시그니처 세탁기 역시 제품 전체가 블랙 색상으로 마감됐고, 세탁기 도어도 검은색의 강화 유리가 채택됐다. 상단의 21㎏ 드럼세탁기와 하단의 3.5㎏ 미니워시가 결합됐다.



빌트인도 블랙이 대세…편의성도 호평

빌트인 가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미 지역은 블랙 색상의 패키지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북미형 프리미엄 주방가전 패키지를 메탈과 블랙 스테인리스 두 가지 색상으로 구성했다. 북미 지역은 빌트인 가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조리기기와 식기세척기 등 전체 패키지의 디자인이 블랙 색상으로 통일됐다. LG전자는 미국의 유명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네이트 버커스와 협업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LG 스튜디오’ 제품들에 블랙 코팅을 더했다. 블랙 스테인리스 스틸 시리즈는 빌트인 냉장고, 더블 월 오븐, 가스·전기 쿡탑,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됐다.

블랙 가전은 외관뿐 아니라 지문이 잘 묻지 않는 등 편의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기존 스테인리스 가전은 지문이나 얼룩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광택이 나는 소재로 지문이 더 부각되기도 했다. 반면 블랙 스테인리스 소재는 색상이 어둡고 반사가 적어 지문이나 얼룩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주방에서는 소스나 오일 등 이물질도 쉽게 닦여 관리하기도 간편하다. LG전자는 기존 스테인리스 제품에 블랙 색상의 보호 코팅을 더해 이 같은 특징을 더욱 강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