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상품 기획 제작 판매까지 직접 하는 자체 브랜드(PB)와 단독상품 육성으로 장기 불황의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지난해 홈쇼핑 4사 중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CJ오쇼핑은 그 비결로 PB 상품을 중심으로 한 단독상품을 꼽았다.
CJ오쇼핑 관계자는 “2016년 ‘글로벌 상품 사업자’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이후 PB와 단독상품을 기획해 상품 차별화를 추진한 결과 지난해 3분기부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로 전환했으며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고 13일 밝혔다. CJ오쇼핑은 언더웨어 브랜드 ‘피델리아’, 프리미엄 테이블웨어 ‘오덴세’, 화장품 브랜드 ‘SEP’, 다이어트 식품 ‘시크릿’ 등 다양한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베라왕(패션), CNP(화장품), 내셔널지오그래픽(가방) 등 단독상품 매출이 패션·생활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홈쇼핑에서도 PB와 단독상품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GS샵의 패션 PB 브랜드 ‘쏘울’은 2012년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 5년간 누적 주문 2700억원을 달성했다. 이탈리아 유명 쇼룸 ‘스튜디오 제타’를 통해 유럽 유명 편집숍 등에도 입점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손정완 디자이너(‘SJ와니’)를 시작으로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단독상품을 개발해오고 있다. 프랑스 패션 그룹 ‘보마누아’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선보인 ‘모르간’과 ‘브리엘’ 등도 단독상품 브랜드다.
현대홈쇼핑은 현대그룹의 패션 브랜드 한섬과 공동 기획한 ‘모덴’과 ‘모덴옴므’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덴은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총 45만 세트)을 기록하며 현대홈쇼핑 히트 상품 3위에 올랐다. 이밖에 미슐랭2스타 윤미월 명인의 전통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고급 김치 ‘숭침채’, 고농축 제형의 영양 성분이 있는 크림을 단단한 스틱 형태로 만든 ‘써마지 리프팅스틱’ 등을 단독 판매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9월 프리미엄 패션 PB 브랜드 ‘LBL’을 첫 방송에서 3시간 동안 110억원어치를 팔아치워 화제가 됐다. 최고급 소재와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LBL’은 지난해 단 4개월 동안 7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밖에 ‘조르쥬 레쉬’ ‘샹티’ ‘다니엘에스떼’ ‘케네스콜’ ‘페스포우’ 등 상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단독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들도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홈쇼핑이 PB와 단독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은 1995년 첫선을 보인 이후 급성장하던 홈쇼핑 시장이 장기 불황으로 수직 성장세가 꺾인 데다 홈쇼핑 채널이 17개로 늘어나 무한 경쟁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노하우가 접목된 자체 브랜드와 단독상품은 홈쇼핑에는 매출 증대를, 소비자들에게는 가성비 높은 상품 구입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 채널이 없는 일반 제조업 브랜드들 입장에선 홈쇼핑 입점 기회가 줄어들 수 있어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홈쇼핑은 판매업? 제조업? 자체상품으로 불황 넘는다
입력 2017-02-1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