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강자’ 김보름(24·강원도청)이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보름은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1위로 들어와 60포인트를 획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김보름은 레이스 중반 이후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선두를 노렸다. 2위로 있던 김보름은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막판 스퍼트를 펼쳐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의 여자 500m 은메달에 이어 김보름의 금메달로 체면을 지켰다.
김보름은 이번 시즌 4차례 월드컵 시리즈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월드컵 랭킹 1위에 올랐다. 김보름이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스스타트 강자로 입지를 다진 김보름은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매스스타트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김보름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처음엔 쇼트트랙을 선택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정화여고에 진학해서도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빙판을 떠날 생각도 했다. 결국 김보름은 고교 2학년이던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모험은 멋지게 성공했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김보름은 정해진 레인 없이 출전 선수 24명이 한꺼번에 출발해 16바퀴를 돌아 순위를 결정하는 매스스타트에서 강점을 보여 왔다. 집단 출발하는 매스스타트는 몸싸움이 중요하기 때문에 쇼트트랙 출신들이 유리하다.
김보름은 지난해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후 매스스타트를 주종목으로 삼았다. 이번 시즌엔 쇼트트랙 훈련을 강화해 강점인 코너워크를 더욱 가다듬었다. 김보름은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금빛 레이스를 펼쳐 한층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김보름은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장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 9일 열린 여자 3000m에서 4분03초85를 기록, 자신이 4년 전 달성한 한국 신기록(4분4초62)을 0.77초 앞당기며 6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함께 출전한 아시아 선수들 중 최고 기록이었다.
김보름은 오는 19일 개막하는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다시 훈련에 돌입한다.
한편 다리 부상을 입은 이승훈(29·대한항공) 대신 남자부 매스스타트에 나선 주형준(26·동두천시청)은 11위를 차지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보름, 매스스타트 여왕 등극
입력 2017-02-13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