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수도꼭지 잠그기’ 약속은 지켜질까. 세계 주요 산유국의 산유량 발표가 임박했다. 시장은 감산 합의가 얼마나 실현됐을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오를지 주목한다.
감산으로 국제유가 상승이 현실화되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은 물론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국면) 우려가 높아진다. 조선·정유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4일 회원국들의 지난달 산유량을 발표한다. 이어 17일 러시아 등 감산 합의에 동참했던 OPEC 비회원국들도 산유량 통계를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에선 대부분 감산 합의가 성공적일 것이라 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0일 월간 보고서에서 “지난달 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 이행률은 90%”라고 밝혔다.
기대감 덕에 지난 10일 유럽거래소(ICE)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7달러 상승한 56.7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과거에도 감산 합의 시 6개월까지 합의가 충실히 이행됐다. 주요 산유국의 손익분기 유가 수준이 적어도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 OPEC의 지난해 12월 산유량도 전월 대비 감소했었다”며 감산 성공에 무게를 실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조선·기계 산업의 경우 원유 가격이 오르면 투자 역시 뒤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긍정적 요소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미 지난해 말 유가 상승으로 4분기 실적이 좋았던 정유업계도 유가 상승에 따른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유가 상승으로 산유국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다만 서민들 주머니 사정은 더 팍팍해질 수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5일 “올해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장기적 상승 흐름을 탈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노믹스’가 주요 변수다. 장기윤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오바마 정부는 환경 규제를 통해 석유·가스사업 인허가를 축소한 반면 트럼프 정부는 화석연료 증산정책을 펼쳐 미국 내 공급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공급물량이 증가하면 유가 상승 동력은 떨어지게 된다. 유가가 60달러 선을 넘을 경우 미국 셰일오일 업체의 증산 가능성도 부각될 수 있다.
여기에다 OPEC의 모든 회원국이 감산에 협조적이지 않다. IEA가 내놓은 수치를 살펴보면 애초 합의했던 감산량을 지킨 OPEC 회원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앙골라 3곳뿐이다.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 베네수엘라, 가봉의 이행률은 절반 이하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기관 BMI리서치를 인용해 지난달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와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이 되레 늘었다고 지적했다. 감산에 합의한 OPEC 비회원국 가운데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애초 약속한 감산량의 절반 수준을 지키는 데 그쳤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기획] 주요 산유국 감산 성공할까… 지구촌이 숨죽여 주시한다
입력 2017-02-1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