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기술 진전… 고체연료 사용 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무력화 우려
입력 2017-02-12 21:45
북한이 12일 발사한 무수단급 중거리 미사일 개량형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은 북한 미사일 기술이 한층 진전됐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500㎞이고, 고도가 550㎞에 불과해 군은 일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ICBM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사거리가 5500㎞ 이상, 최고 고도는 1200㎞ 이상 돼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무수단급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음이 확인될 경우 북한 미사일의 위협도는 더 커진다.
한·미 양국은 위성사진 판독 결과 최고 속도가 마하 10(음속의 10배)이고 엔진에서 분출되는 화염이 고체연료 사용시 화염과 유사해 무수단 개량형 미사일 발사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수단 미사일의 최고속도는 마하 15로 알려져 있다.
군은 특히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체연료는 추력이 액체연료보다 낮지만 연료주입 시간이 필요 없고 연료 장착 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북한 주장처럼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미사일을 이동식발사대(TEL)에 탑재해 ‘임의 시간에 임의의 장소’에서 즉각 발사가 가능하다. 우리 군으로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야 포착이 가능하다면 이에 대한 대응시간 역시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군이 구축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가운데 그동안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은 단거리 미사일인 KN-02가 유일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처음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8차례 시험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도 모두 액체연료를 사용했다.
북한이 보유한 ICBM급 미사일인 KN-08이나 개량형인 KN-14는 모두 무수단 엔진을 1, 2단 엔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시험발사가 성공적이라면 북한은 KN-08과 KN-14에도 고체엔진을 장착할 가능성이 크다. 무수단 엔진 시험을 통해 ICBM을 안정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무수단을 개량해 ICBM 엔진 대리시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설계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관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공개한 적이 있다. 또 SLBM에도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하는 등 미사일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로 전환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셈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무수단 개량형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지난해 6월 발사시보다 100㎞ 정도 늘었지만 고도는 줄었다. 지난해 6월의 비행거리는 400㎞였지만 최고 고도는 1413㎞에 달했다. 당시 북한은 83도 고각도로 발사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지난해 무수단 발사는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엔진의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어서 고도가 높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도 45도 이상의 고각도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